北, UFS연습 ‘맞불’… ‘남한 초토화’ 전술핵 실전능력 과시 [北 ‘남한 점령’ 훈련 첫 공개]

박수찬 2023. 8. 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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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부 ‘작계’ 공개 배경은
한반도 유사시 한·미 지휘소훈련 대응
남한 전·후방 동시공격 ‘맞춤형 위협’
‘계룡대 겨냥’ 단거리탄도 무력시위도
“北 배합전 기반 전면적 남침계획 준비
각 부대별로 작계수립 등 완성도 높아”
“한·미 이미 파악… 큰 의미 없어” 지적도
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종료에 맞춰 31일 전군지휘훈련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훈련 목표를 ‘남반부 전 영토 점령’이라고 주장하면서 작전계획의 큰 틀을 자세하게 언급했다. 유사시 전술핵을 이용한 남침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남한을 전·후방에서 공격해 국가 및 군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남한 가리키며 작전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2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주요 지휘관들과 전군지휘훈련 진행 상황에 관해 논의하던 중 한국 지도상의 계룡대로 추정되는 부분을 지휘봉으로 가리키고 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한·미 맞춤형 대응·실전능력 과시

북한은 과거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로 미사일 발사나 신무기 공개, 기동·화력훈련 등으로 ‘맞불’을 놨다. 올 상반기에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쏘고, 핵무인수중공격정을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반면 이번 UFS 연습 기간에는 전군지휘훈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최전선에서의 전투 계획, 유사시 미 증원군 전개 저지 계획, 북한군의 진격 예정로 등 세부 작전계획도 드러냈다.

이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지휘소 훈련인 UFS 연습의 성격을 감안한 ‘맞춤형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마구잡이식 도발 대신 의도와 목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실전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도발 형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는 것이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일관되게 밝혀 온 정비례 대응 원칙에 따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며 “UFS연습 1부가 방어, 2부가 반격임을 고려해 우리 측 반격 훈련에 맞서 북한이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심야에 이뤄진 SRBM 발사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미사일을 쏜 이유로 미군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지목하며 “대한민국 내 중요 지휘 거점과 작전비행장을 초토화하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 타격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술핵이 실질적 전투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핵을 사실상 실전배치한 자신감을 반영한 행위이자 공격적 전술을 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성도 높아” vs “이미 다 아는 것”

김 위원장은 전군지휘훈련을 시찰하며 다양한 종류의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이 실시해야 할 군사적 행동도 자세히 거론했다. 한·미 연합군 지휘부와 통신수단을 초기에 마비시켜 군사행동을 어렵게 만들고, 전·후방에 있는 군과 민간 분야 주요 시설을 타격해 한·미의 전쟁 수행 의지와 능력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북한은 예전부터 정규군과 비정규군, 육·해·공군, 군인과 민간인을 섞어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배합전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김 위원장이 방문할 때 총참모장과 정찰총국장이 함께 영접한 것도 북한군이 배합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배합전 개념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드러난 최신 군사전략과 작전·전술 개념 및 전술핵 운용 개념을 더하면서 작전계획과 전술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에 전개된 데 대응해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북동방향으로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배합전에 기반한 전면적인 남침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계획 역시 각급 부대별로 별도의 작계가 수립되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는 것을 이번에 확인시켰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언급한 작전계획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미 증원군 전개 차단을 시도하거나 비정규군을 투입하려는 것은 한·미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의 언급도 세계 각국 군대에서 다 알고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특별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UFS 연습과 유사한 수준이라기보다는 지휘관과 참모의 전쟁수행 절차 훈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미와 북한이 유사시 무력 사용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상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조성된 상황에서 사소한 자극, 오해와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박수찬·구현모·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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