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석학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중국, 부채 수퍼 사이클 타격 받기 시작”

홍준기 기자 2023. 8. 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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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그래픽=김의균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발 위기 경고음이 요란하다. 특히 지난달 7일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만기 도래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을 발판으로 빠른 성장을 구가해왔다. 부동산을 포함한 건설업은 중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성장 엔진’ 격인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 중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낭떠러지로 향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소비, 고용, 투자 지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경제 규모 세계 2위 중국이 허우적대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70) 하버드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예견해왔다. 로고프 교수는 2010년 무렵부터 “대략 10년 후에는 과도한 대출로 떠받쳐진 중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며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2015년에는 과도한 부채가 금융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부채 수퍼 사이클’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중국 위기론’을 구체화했다.

케네스 고로프 하버드대 교수와 그의 저서들. /케네스 로고프 제공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기를 맞아 WEEKLY BIZ는 로고프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2008년 미국, 2010년 유럽을 집어삼킨 부채 수퍼 사이클이 드디어 중국을 타격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내가 예측한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예측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로 경기를 부양하는 성장 모델을 포기해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이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성장 둔화로 중국 내에서 불만이 커지면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외부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만 침공이라는 모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로고프 교수는 위기 분석에 밝은 천재 경제학자로 불린다. 1975년 예일대를 졸업하고 1980년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7세에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 48세에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됐다. 800년간 66개 나라에서 일어난 금융 위기를 분석해 2009년 출간한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래픽=김성규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진단… 중국 ‘성장 엔진’ 수명 다했다

로고프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중국의 주거용·상업용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23%를 차지한다. 여기에 인프라 건설 등을 더하면 건설업이 중국 경제의 32%를 떠받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키워 빠른 성장을 이끌어낸 과정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중앙정부가 큰 방향을 설정하면,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에 토지 사용권을 판매해 그 수익으로 세부적인 사업을 수행해왔다. 토지 사용권 매각을 통해 지방정부들은 재정 수입의 40% 정도를 충당했다. 그런데 최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런 공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작년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1년 전 가격과 비교해 작년 10월에는 2.4% 떨어졌고, 지난 7월까지도 하락세(-0.6%)가 이어졌다. 중국 부동산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 항셍 본토 부동산 지수(HSMPI)’는 2020년 1월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최근 80%가량 폭락한 상태다.

그래픽=김의균

-중국 부동산 시장은 왜 가격 하락을 겪나요?

“주택과 인프라가 과잉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가보면 중소 도시에도 대도시와 같은 수준으로 멋진 주택과 인프라가 많이 건설돼 있다는 점에 놀랄 겁니다. 일본이 과거 ‘쓸모 없는 다리’로 유명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쓸모 없는 고속철도’로 유명합니다. 이제는 과도한 부동산 개발이 중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어요. 여기에 고령화, 노동력 부족, 시진핑 주석 1인의 권력 독점 등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훨씬 심각해지는 것이죠.”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집을 짓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영국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21년 “중국에 판매되지 않은 집이 3000만채, 팔렸지만 여전히 비어 있는 집 1억채가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21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기대보다 낮은 0.1%포인트만 인하하자 실망감을 표시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금리를 낮추기만 하면 지방정부는 계속해서 부동산 개발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겁니다. 이건 해결책도 아니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지방정부는 너무 많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어요.”

로고프 교수는 지난해 ‘3선 도시 이야기’라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인구 및 경제 규모 등에 따라 70개 주요 도시를 베이징·상하이·선전 같은 1선 도시와 31개 2선 도시, 35개 3선 도시로 구별한다. 로고프 교수는 1·2선 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를 3선 도시로 통칭하면서 3선 도시들이 중국 경제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 짓는 하수관, 도로, 주택의 80%가 내가 정의한 3선 도시에 지어지고 있지만 이런 도시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매우 약하다”며 “2021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 3선 도시의 주택 가격이 20% 정도 하락했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3선 도시에 과다 투자했는데, 경제적 상승 효과도 미약할 뿐 아니라 과다 공급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쇄적인 부실을 일으킬 가능성만 커졌다는 의미다.

◇부채 수퍼 사이클이 중국 덮친다

로고프 교수는 부채 수퍼 사이클(Debt Super cycle)이 이제 중국을 덮쳤다고 설명한다. 부채 누적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면, 담보물 가치 상승으로 다시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그러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순간 금융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부채가 과도한 수준이 되면 경기 하강을 증폭시키는 악재로 작용한다”며 “부채 수퍼 사이클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돼 2010년 유럽으로 이동했고, 몇몇 신흥국을 집어삼키고 나서 이제 중국에 도달한 것”이라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과도한 중국 지방정부 부채를 우려했다. 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GDP의 32% 수준으로 중앙정부의 부채(24%)보다 많다. 그런데 GDP의 53%에 해당하는 지방정부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의 빚까지 고려하면 지방정부 빚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 LGFV는 지방정부가 도로, 철도 같은 인프라를 건설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만든 기금을 말하는데, 2017년 30조7000억 위안이었던 LGFV 부채는 6년만인 올해 말에는 2배가 넘는 65조7000억위안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일으킨 거대한 빚더미를 포함하면, 올해 말 중국의 공공 부채는 151조8000억위안(2경7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IMF는 보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중국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인기가 없는 정책이지만 (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세로서 재산세를 본격 도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지방에 과세권을 이양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불신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과세권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대적인 예산 지원을 하는 것 외에는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재산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다. 만약 재산세 세율을 현실화하면 기득권층인 9500만 공산당원의 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 과세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커지면 공산당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를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는 중국 체제의 아킬레스건이 여기에 있다.

◇‘일본화’와 다르지만 비슷한 길 간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자 중국이 ‘일본화(Japanification)’를 경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저물가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이 일본과 완전히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일본과 ‘다르지만 유사한 상황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당장 중국이 경제 위기로 인해서 한두해 정도 경제성장률이 0에 수렴하더라도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3% 경제성장은 달성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고 볼 수 있죠. 중국이 위기를 탈출하려면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교육이나 노인 복지 분야에서 큰 변혁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혁신 산업으로 전환도 말처럼 쉽지는 않죠. 당신이 건설 업자인데 갑자기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하면 새 직장에서 능숙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2021년 헝다 사태도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게 잘 막아왔습니다.

“국가의 강력한 권한을 통해 과거 중국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왔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자산이나 기업을 국유화할 힘을 가지고 있고, 일종의 구제금융(bail-out)을 통해 단기적으로 위기를 막아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유능한 테크노크라트들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진핑 주석이 (능력 있는 기술 관료 대신) 자신에게 충성하는 관료들로 대체해버렸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민간 부문을 강력하게 통제해왔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인과관계를 반대로 본다. 로고프 교수는 “시 주석은 최근의 경기 둔화를 예상했다고 본다”며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도 공산당이 중국 전역에 대한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민간 부문에 대한 통제를 미리 강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정권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는 러시아, 북한, 쿠바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했다.

◇중국 위기는 인플레이션 부른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왜 중국 부동산 시장발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지요.

“중국이 미국에 이어 제2의 경제 대국인 것은 맞죠. 하지만 우리는 금융 연결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의 부동산 주택 시장이 ‘디폴트’를 기록하면 카자흐스탄의 투자자가 돈을 잃을 정도로 미국 금융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훨씬 봉쇄된 형태의 경제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 경제의 몰락을 마냥 즐길 수 있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이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 전 세계적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금리도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완전히 틀렸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가 약해지면 장시간 공장 근로를 원하지 않는 중국 젊은이들의 특성까지 겹쳐 (중국의 생산 감소로) 장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의 반세계화 움직임까지 맞물려서 선진국들은 향후 수십년간 평균 2% 이상의 물가 상승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중국 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한국에는 타격이 없을까요?

“중국의 젊은이들은 미래에 회의적입니다. 부모 세대와 같은 고도 성장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시 주석도 이러한 불만에 주목하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국가는 내부적인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이 대만 침공 같은 위험한 모험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봅니다.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면 중국 정부의 집권 정당성이 흔들리는데 이를 대만에 대한 ‘행동’으로 해결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한국에 매우 힘든 과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미국과의 관계도, 중국과의 관계도 모두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매우 어려운 전환의 시간이 닥쳐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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