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1년 전 '사전 경고' 있었는데…듣지 않은 이유는?

박재연 기자 2023. 8. 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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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면서 14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다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부실하게 축조된 미호강 임시제방이 참사를 불러온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당시 청주와 오송 지역엔 사흘 동안 50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다리 공사를 위해 임시로 쌓아올린 제방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며 강물이 순식간에 주변 농경지와 지하차도까지 덮쳤습니다. 

주민들 "미호천교 임시제방 불안했다"


참사 직후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났던 주민들은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불안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주민은 취재진에게 먼저 연락해 무너진 제방 주변을 직접 안내하며 "원래 멀쩡한 제방이 있던 곳을 다리 공사 때문에 허물어 놓고, 장마 기간이 다가오는 데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았다"고 성토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장마가 오기 전에 보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 눈에는 위험 징후가 뚜렷하게 보였던 겁니다. 
사전 경고는 없었을까. 참사 발생 1년 전인 지난해 8월 임시제방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와 감리사가 행복청에 제출한 '검토의견서'엔 홍수를 대비해 임시제방을 보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미 1년 전 공사 담당 업체가 현장 점검을 토대로 건설 상황과 계획, 위험요소 등을 분석해 작성한 문서에 임시제방 관련 '사전 경고'가 명시돼 있었단 겁니다. 

참사 1년 전 작성된 '검토의견서'에 "침수 위험" 경고


검토의견서를 작성한 감리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사례를 보아 우기 시 현재 원지반보다 수위가 높아져 공사구간 내로 하천수가 유입되며 침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공사구간이 침수될 경우 궁평1교차로까지 하천수가 유입돼 도로침수 및 이용자들의 통행제한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물론이고 미호강과 더 멀리 있는 궁평1교차로까지 침수될 수 있다고 분석한 겁니다. 

대비책도 제시됐습니다. 해당 감리사는 "신설 미호천교 제방은 2023년 하반기부터 계획돼 있어 이번 우기 때 공사구간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선 홍수위(29.05m)보다 1m 높은 임시제방의 축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마철 범람을 대비해 임시제방을 30m 이상으로 높게 쌓아야 한다는 경고였습니다. 


하지만 감리사의 경고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미호천교 공사현장에 설치된 임시제방의 높이는 29.74m에 불과했고, 참사 당일 수위가 이보다 높은 29.87m까지 올라가면서 결국 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지적하자,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말을 아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공 업체 얘기를 들어보니 (다리 상판과 임시제방 사이)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맞는 얘기인지 검증해보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뚜렷한 사전 경고대비가 있었고 대비책까지 제시됐지만, 듣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행복청 관계자에게 자세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행복청 관계자 "참사 전, 임시제방 높이 확인하지 못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교 임시제방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책임건설사업관리 현장이라, 공사와 관련해 법적으로 시공사와 감리사가 시공과 설계 등을 알아서 하게 돼 있다"며 "미호천교 공사 진행으로 상판이 생기면서 임시제방 높이를 전보다 낮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홍수위보단 높게 설치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참사 전까지 임시제방의 높이를 행복청에선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자면 '행복청이 직접 시공, 설계, 감리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서 정확한 현장 파악도 덜 됐다'는 건데, 지도 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으로서 궁색한 답변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임시제방 축조 과정의 부실 의혹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행복청과 시공사, 감리업체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했고, 관련자 조사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올해 잼버리 사태, 그리고 오송 참사까지. 큰 상처를 남긴 현장마다 이어진 관계 기관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들. 검찰 수사를 통해선 참사를 둘러싼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규명될지, 주목해 볼 지점입니다.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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