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과 없는 일본과 친선…네덜란드 왕실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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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업의 첫째 목표는 일본의 공식 사과입니다. 둘째는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같은 옛 식민지 지배 국가들이 이 범죄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예요."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증언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14일)을 하루 앞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코리아협의회 주최로 위안부 문제를 오랜 시간 추적해온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흐리셀다 몰레만스(Griselda Molemans)의 강연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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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몰레만스
“유럽, 이 범죄에 모종 역할 깨달아야”
2년뒤 암스테르담에 소녀상 설치예정
“제 작업의 첫째 목표는 일본의 공식 사과입니다. 둘째는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같은 옛 식민지 지배 국가들이 이 범죄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예요.”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증언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14일)을 하루 앞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코리아협의회 주최로 위안부 문제를 오랜 시간 추적해온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흐리셀다 몰레만스(Griselda Molemans)의 강연이 열렸다. 몰레만스는 네덜란드 전쟁기록원과 미국기록문서관리청 자료를 뒤져 총 35개국 출신의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피해를 당했으며 인도네시아에만 7만명의 피해자가 있었고 총 피해자는 5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냈다. 이후 2003년부터 자료 조사와 정리에 들어가 2000년 ‘평생 전쟁’(Levenslang Oorlog)이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그는 자신이 이 연구에 매달린 이유에 대해 “1992년 얀 루프 오헤른(1923~2019) 할머니가 (네덜란드인으로선) 처음으로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고발한 기자회견을 한 뒤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성노예 피해자가 300명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이 자행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적국 국민에 국한되지 않았다. 몰레만스가 찾아낸 문서를 보면, 1942년 2월28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북쪽 해안에 있는 도시 블로라를 장악한 일본군은 3월 헝가리 여성 1명을 포함한 독일·네덜란드 여성 30명에 대한 반인륜적 집단 성폭행을 벌였다. 약 한 달 후 독일·헝가리 여성은 아군으로 분류되어 석방됐지만, 네덜란드 여성들은 위안소로 끌려갔다. 현지에 네덜란드 정부 대표들이 있었지만 이 여성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또 일본군 철수 후에도 희생자들에 대한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몰레만스가 문서에서 발견한 또 다른 사실은 일본이 위안부가 벌어들인 돈을 착취해 전쟁 자금으로 썼다는 점이다. 위안부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번 돈은 당시 일본의 해외 침략을 뒷받침하던 요코하마정금은행과 대만은행의 지점에 예치돼 일본 제국의 전쟁 자금으로 사용됐다. 1947년 이 은행이 해체되면서 남은 돈은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에 몰수됐다. 당시 여왕이었던 빌헬미나 여왕(1880~1962)이 1944년 런던 망명지에서 적의 모든 자산을 압수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몰레만스는 네덜란드 왕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몰레만스는 “일본 천황의 지배 아래 자행됐던 위안부 시스템에 대한 공식 사과가 없었는데도 네덜란드 왕실과 일본 천황 일가가 친선관계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몰레만스가 이런 작업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고되고 지칠 때도 종종 있죠. 하지만 세상에 진실을 알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오헤른 할머니의 증언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활발했던 네덜란드의 위안부 진상규명 시민운동은 잠잠해진 지 오래다. 그래도 그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암스테르담에는 2025년 8월14일 다양한 인종의 소녀상 군상이 설치될 예정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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