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배성우 동료들은 3년째 사과·수습 중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굉장히 버겁고 힘든 건 사실입니다."
영화 '1947 보스톤’의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배성우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한 심경을 전한 것이다.
이날 강 감독은 "굉장히 속상하고 안타깝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라며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자신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은 배성우의 분량을 줄이거나 통편집하지 않았다. 주요 캐릭터 중 하나기에 편집이 불가능 했다.
그는 "영화는 1947년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로 충분히 녹여져 있는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선생님들의 삶의 기록이 축소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 그대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감독 할 일이 아닐까 싶었다. 또 그것이 실존인물 세 명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한 마라토너들의 여정을 그린다.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배성우는 남승룡 역을 맡았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운전하다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 당시 배성우는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 출연 중이었다. 방영 중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날아라 개천용' 제작진은 배성우가 종영 4회를 앞두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자 골머리를 앓았다. 하차 여론에 압박감을 느낀 배성우는 그는 결국 드라마에서 사라졌다. 제작진은 왜 소송이나 갈등 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제작진이 배성우를 둘러 싼 든든한 지원자들 덕이다.
배성우의 구원투수는 정우성, 이정재였다. 모두가 기피하는 '대타 배우'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 브라운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들이 배성우의 대타를 자처했고, 제작진은 무난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이정재, 정우성은 배성우가 몸 담은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이하 아티스트)에 소속된 배우다. 이들은 아티스트의 실질적 수장으로 배성우가 사고를 일으킨 당시 아티스트는 모 회사와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논의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배성우의 음주운전이 회사에 미칠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앞장섰다. 애초 이정재가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촬영과 첫 감독 데뷔작 '헌트' 준비와 맞물리면서 결국 정우성이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배성우의 부정적인 영향은 3년 여가 지난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강 감독은 신작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긴장감 보다, 배성우의 논란을 어떻게 표현할지 더 고민하는 눈치였다.
강 감독은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을 대신했다. "버겁고 힘들었다"는 그는 '1947 보스톤'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작품이기에 배성우의 편집 여부를 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제작사는 방영 중인 드라마, 혹은 촬영을 마친 작품에 출연한 주요 배우가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킬 경우 큰 타격을 입는다. 주연 배우와 출연 계약서를 작성할 때 리스크에 대한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는 이유다. 위약금 조항은 출연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장치도 된다.
도덕적 해이를 넘지 못한 배성우는 운 좋게 정우성의 지원으로 '날아라 개천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준 동료다. 배성우의 컴백작이 된 '1947 보스턴' 역시 마찬가지다. 강 감독은 실존 인물에 대한 존중, 작품의 완결성을 이유로 배성우를 편집하지 못했다며 양해의 말을 구했다.
3년 째, 배성우의 동료들은 사과 중이다. 수습, 해결부터 고개를 수그리는 사과까지, 배성우가 이 과정에서 직접 한 노력은 무엇일까. 동료 운은 좋았지만, 여론 마저 그의 편일지는 미지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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