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아끼는 것 맞지만’...복제약 약값 인하 앞두고 제약사들 ‘매출 하락’ 근심

김명지 기자 2023. 8. 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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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5일부터 국내 7675개 복제약(제네릭)의 국민건강보험 상한가가 최대 28.6% 떨어진다.

정부는 지난 2020년 3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일정 품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복제약은 건보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는데, 이날 가격 인하 품목을 공개하고 내달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업계는 정부가 복제약 약값을 깎아 확충한 건보 재정을 고가의 희소질환 치료제 수입에 쓰기보다는,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이나 국내 제약 산업 육성에 써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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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복제약 약가인하 품목 공개
내년 1월 2차 약가 인하 품목 공개
“아낀 건보재정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써야”
보건복지부는 31일 복제약 건강보험 약가 인하 품목을 확정하고 내달 1일부터 적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러스트=정다운

내달 5일부터 국내 7675개 복제약(제네릭)의 국민건강보험 상한가가 최대 28.6% 떨어진다. 정부는 지난 2020년 3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일정 품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복제약은 건보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는데, 이날 가격 인하 품목을 공개하고 내달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날 1차 인하 품목을 공개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 1월 2차 약가 인하 품목을 공개할 예정이라, 국내 제약사들은 계속 긴장한 분위기다. 업계는 정부가 복제약 약값을 깎아 확충한 건보 재정을 고가의 희소질환 치료제 수입에 쓰기보다는,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이나 국내 제약 산업 육성에 써 줄 것을 주문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2023년 제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 1차 재평가 결과를 확정한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총 7675개 의약품의 건보 상한 금액이 인하되고, 5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약가 재평가는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성분 복제약에서 불순물이 검출된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이 사태를 계기로 복제약 품질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2020년 6월 제약사들에게 이미 허가 받은 복제약 제품이라도 올해 2월말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두 자료를 모두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고, 두 개의 자료 가운데 하나를 못 내면 가격을 15% 떨어뜨리고, 두 자료를 모두 내지 않으면 27.75% 가격을 인하하도록 했다. 이번에 인하된 품목들의 인하율을 보면 14~15%가 대다수였고, 20% 넘게 약값이 떨어지는 제품도 150개가 넘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정부는 이번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연 2978억 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국내 제약사 매출이 연 2978억원 가량 줄어든다는 뜻이다. 국내 제약 시장이 약 2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1%가 순삭감되는 것이다.

국내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어떻게든 방어하고 있지만, 매출이 10% 가량은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있다”며 “일부 제약사는 50개 넘는 제품이 대상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소 제약사의 경우 매출의 절반 가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건보 약값을 종전대로 받기 위해서는 6억~7억의 비용이 드는 ‘생동성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 부회장은 “중소 제약사들 중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생동성 시험을 포기하고, 나아가 복제약 판매도 포기한 곳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정책 발표에 따라 제약사 영업대행(CSO)을 해 온 조직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출이 줄어들면, 영업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복제약 시장 영업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영업비용이나 판관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거나,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와 달리 국내 제약 산업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출 규모를 품목 갯수로 나누면, 평균 처방액이 3억원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약가인하 품목에 오른 복제약 중에는 판매실적이 ‘0′인 제품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값을 27% 내린 복제약 500여개 가운데 상당수는 판매 실적이 없다고 한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내년 발표를 예고한 2차 명단 발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장 부회장은 “1차 발표 때처럼 약값을 대폭 깎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국내 제약사들의 약값만 지속적으로 깎는 것은 제약 산업의 경쟁력을 깎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 약값을 깎아 마련한 건보 재정은 국내 제약 산업을 육성에 사용해야 한다”며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구입에 쓰는 게 아니라, 국산 신약 개발의 적정 가치를 보상한다거나, 국산 원료 사용한 복제약은 가격을 보전하는 형식의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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