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덮친 푸른꽃게, 한국에 수입하면 안 되나요?… 튀니지 사례 보니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에서 조개를 잡아먹는 푸른꽃게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현지에선 꽃게 요리가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이를 폐기할 대안을 고민 중인 가운데, 한국에선 튀니지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 꽃게를 국내로 들여오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1일(현지 시각)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네토주에선 푸른꽃게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푸른꽃게가 식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조개, 홍합, 굴, 도미 등을 먹어 치우며 수산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양식업에도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푸른꽃게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꽃게를 폐기하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주겠다고 제안을 한 데 이어, 푸른꽃게 요리를 개발해 먹어서 해치우자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이탈리아는 봉골레 파스타처럼 어패류에 비해 꽃게를 활용한 레시피는 대중적이지 않다고 한다. 이탈리아 농업단체 콜디레티는 최근 로즈마리 꽃게 샐러드와 꽃게, 마늘, 양파, 식초를 곁들인 파스타를 개발해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른꽃게를 활용한 새 레시피가 지역의 전통을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꽃게가 식량 자원이 될수록 조개 양식업이 줄고 전통 요리도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안티카 오스테리아’의 셰프 리오넬 세라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푸른꽃게는 우리의 석호를 파괴하고 있다”며 “누군가 이 꽃게가 토종 게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골치거리가 된 이 푸른꽃게는 원래 대서양 서부에 서식하는 종인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으로 확산했다. 개체 수가 폭발한 원인 중 하나로는 수온 상승이 꼽힌다. 시에나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엔리카 프란치는 “이 푸른꽃게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잘 살지 못하는데, 1년 내내 이상적인 수온이 유지되는 곳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튀니지 푸른꽃게, ‘바다 테러리스트’에서 ‘효자 수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꽃게를 돈을 주고 폐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깝다” “국내로 수입하면 안되느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수년전 꽃게로 비슷한 문제를 겪은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해외 시장을 개척해 재앙을 기회로 바꾼 사례도 재조명됐다.
튀니지는 2014년 외래종 푸른꽃게(학명 Portunus pelagicus)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게는 물고기를 먹어치우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물론, 어민들이 쳐놓은 원통형 덫도 손상시켰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팔아보려 했으나, 튀니지 역시 이탈리아처럼 꽃게 요리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판매가 부진했다고 한다. 그러다 해외 판로를 개척하며 답을 찾게 된다. 2017년부터 튀니지의 고민을 알게 된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 꽃게를 대량으로 사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꽃게를 많이 들여오는 나라가 튀니지다. 한국수산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꽃게 수입량은 1만2867톤이었다. 이 가운데 1만2472톤이 중국산이며, 튀니지에서 들여온 꽃게 물량은 163톤으로 2위를 차지했다. 보통 절단된 냉동 꽃게나 게살이다. 해외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꽃게를 가공하는 공장이 튀니지 현지에 생기면서 신규 일자리도 생겨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1년 튀니지의 이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침입종이 귀중한 수출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에 신규 농축수산물을 수입하려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고, 수입업자가 현지 제조업체를 등록한 후 기준에 따른 제품의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수입 신고 자체가 안 된다. 문제가 된 이탈리아 푸른꽃게 학명은 ‘Callinectes Sapidus’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18년도 이후 기준 이탈리아에서 해당 꽃게가 수입된 이력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전에 이 학명으로 문의가 있었는데, 식품의 원료 사용은 가능하다고 판단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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