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생활물가 퀴즈
2021년 2월 당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으로 공격받던 때였다. 하지만 그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허가 찔렸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불쑥 “택시 기본요금은 얼마인가”라고 묻자, “카드로 하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가 “1200원 정도”라고 답했다. 그 시절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대중교통 요금도 모른다는 핀잔을 들었다.
대중교통 요금 문답의 흑역사로 치자면, 정몽준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버스 요금 질문에 “70원 하나요?”라고 했다. 서울 버스 요금이 현금 1000원임을 알게 된 그는 당황했고, 듣는 이들은 황당했다. 30년 전 버스 요금 얘기를 한 것이다. 그 후 재벌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교통카드로 버스 타는 퍼포먼스를 했지만, 그가 손에 든 건 ‘청소년 교통카드’였다. 또 입방아에 올랐다. ‘버스 요금 70원’에 덴 그는 2014년 서울시장 경선 당시 돼지고기 한 근, 배추 한 포기 등 각종 생활물가를 달달 외웠다고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국회에서 택시 요금 질문을 받고 “기본요금을 말하는 건가. 1000원쯤 되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아차 싶었던 한 총리는 발언 기회를 요청해 인상된 요금 4800원과 인상폭 1000원을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한 총리가 서울 시내버스 요금 질문에 택시 요금보다 비싼 “한 2000원”이라고 말한 걸 보면, 현재 대중교통 요금이 얼마인지 몰랐던 것 같다.
생활물가는 정치인들이 받는 단골 질문이다. 맞히면 서민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지만, 틀리면 ‘서민을 위하는 척하더니’라고 공격받기 십상이다. 그러니 ‘장학퀴즈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법하다. 사실 일반 시민들도 지방에 살면 수도권 지하철 요금을 모르는 게 당연하고, 매번 교통카드를 찍다보면 정확한 금액이 가물가물할 수 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치솟는 생활물가를 국무총리가 모른다면 부끄럽고, 정책 불신을 키울 일이다. 정부·여당이 이념전쟁에만 골몰하지 말고, 추석 앞 장바구니 가격을 보며 속태우는 서민들이 많음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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