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방심위원들 "정민영 위원 '이해충돌' 조속한 조사" 촉구
정 위원 해촉 가능성 커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여권 우위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야권 측 심의위원의 행적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이 해촉 절차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여권 측 심의위원들도 해당 위원에 대한 제재 조치를 건의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7일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해촉된 이후 방심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황성욱 상임위원은 31일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이해충돌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점화된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논란을 다루기 위함이었다. 세계일보는 이날 “정민영 위원이 임기 중 MBC의 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와 제재를 결정하는 방심위 위원이 방송사 소송을 대리하는 것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후 정 위원이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 건 법률대리인을 맡은 사실도 알려졌고,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는 29일 정 위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그러나 31일 회의는 결과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여권 측 심의위원 4명만 참석하고 정민영 위원을 포함한 야권 측 위원 전원(4명)이 불참해 성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권 측 위원들은 지난 22일 이후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이 소집한 임시 전체회의는 한 차례를 제외하고 계속 불응하고 있다. 정원이 9인인 방심위는 이 전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 몫) 후임 인사가 나지 않아 여야 각각 4인씩 동수인 상태다.
회의 개회가 되지 않자 황 위원장 직무대행은 곧바로 공개 간담회로 전환하고 정 위원 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여권 측 심의위원들은 소명도 없이 불참한 정 위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방심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 위원이 변호사로서 MBC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서 방송심의에 참여한 사실이 있는지, 이것이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일단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내용이 맞다는 걸 전제로 명확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위원장 해촉 다음 날 대통령 추천으로 위촉돼 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류희림 위원은 “위원장 호선에 참여하는 위원이 해촉된 전임 위원장 변론을 맡는 것도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률) 자문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출신이기도 한 김우석 위원은 이번 사안이 “방심위 존립에 관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특히 정 위원이 회의에 나와 소명도 하지 않는 걸 강하게 비판하며 “항변권을 포기하는 거라 생각해서 지금 상황에서라도 우리가 제재 조치를 건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시민단체서 권익위에 고발했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다음 주 화요일(5일)까지 소명이 없으면 강력하게 확실히 입장 표명을 하고 몇 명이라도 (조치를) 촉구하고 해야 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결의해서 권익위에 의사를 전달하고, 단호히 대처해 달라는 우리 뜻을 확실히 전해서 남은 사람이라도 위원회와 심의 정당성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들도 동조했다. 류희림 위원은 “심의위가 피해자인데 사실이 확인된다면 우리가 먼저 권익위나 여러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시민단체에서 (고발)했다고 해서 결과를 지켜보자고 소극적으로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황 위원장 대행은 “위원님들과 뜻을 같이 해서 권익위에 조속한 조사와 유권해석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정 위원에게 ‘방송사업자 및 통신사업자 등 위원회 심의 대상 사업자를 대리하거나 고문, 자문 등을 제공한 적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 확인을 오는 5일까지 요청한 상태며, 이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이 때를 전후해 권익위의 판단과 대통령실의 해촉 여부 등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이 해촉되면 여야 4대4인 방심위 구도는 4대3으로 여당 우위로 재편되며, 보궐위원 선임 전에도 위원장 호선과 심의 의결 등이 가능해진다. 방심위는 여야 구도가 재편되는 즉시 임시회의를 소집해 류희림 위원을 위원장으로 호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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