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측정하고 먹겠다” 방사능 측정기 구입 폭증… 전문가 “전혀 의미 없어”

서보범 기자 2023. 8. 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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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시장 상인이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해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이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전문가용에 비해 비교적 저렴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생활 속 방사능 공포가 확산했던 ‘라돈 침대 사태’ 이후 방사능 측정기 검색량은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방사능 측정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문가용 방사능 측정기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데 반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적게는 4만원에도 구입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최근 8만원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했다는 직장인 이모(31)씨는 “막연히 걱정하고 사느니, 돈을 들여서라도 맘 편하게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측정기를 구매했다”며 “검사를 거쳤다고 해도 수치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건 오버하는 것이 아닌 당연한 행동” “불안해서 안 살 수 없다”는 반응도 다소 보였다.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도 속속 등장했다. 한 방사능 측정기 판매 업체는 폐허가 된 바닷가 진흙 더미에 박힌 방사능 폐기물 드럼통 그림과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불안하시죠?’라는 홍보 문구를 네이버쇼핑몰 물건 상세정보란에 띄워뒀다. 이 업체에 등록된 방사능 측정기 구매 후기는 70여건에 달했는데, 모두 이달에 작성된 것이다. 또 다른 방사능 측정기 판매 업체는 ‘원전 오염수 방류 임박’ ‘폭등 전 미리 준비하라’는 등의 문구를 걸어두기도 했다. 지난 28일에는 한 방사능 측정기 판매 업체의 주가가 전날보다 26.34%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이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삼중수소인데, 음식물에 포함되는 삼중수소는 굉장히 적은 양이기에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더구나 시중에 판매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삼중수소를 검출하는 용도가 아니다”며 “이는 지상에서 속도 측정기를 들고 지하를 지나는 차의 속도를 측정하겠다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무차별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는 어차피 조작되기 때문에 직접 측정하고 각자도생해야 한다” “일부 어종은 일본을 갔다오기 때문에 반드시 방사능 측정을 한 뒤 구매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연내 예비비 800억원을 편성해 추가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열린 제1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가짜뉴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물 업계에 대한 지원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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