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와 갈등 빚는 영화 '치악산' 제작사 "제목 변경은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개봉을 앞둔 공포영화 '치악산'의 제목과 내용을 두고 원주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제작사 측이 31일 이 영화의 제목을 바꿀 수 있다며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놨다.
'치악산'의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의 오성일 프로듀서는 31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주시에 공문을 통해 ('치악산'의) 제목 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시에서) 빠른 피드백을 주면 좋은데 아직은 안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 개봉 예정인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로, 1980년 이곳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허구의 괴담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에 대해 원주시가 관광자원인 치악산과 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원주시는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도 밝힌 상태다.
오 프로듀서는 원주시가 영화 속 대사에 치악산이 들어가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묵음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선 "영화 속 주인공이 대사를 하는데 묵음으로 나오거나 하는 영화는 본 적이 없다"며 "그 부분은 (수용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사건이 원주시와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이라는 점을 고지해달라는 원주시의 요청에 대해선 이 영화의 디지털 상영본(DCP)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오늘 본 것(시사회 상영본)엔 (해당 고지가) 뒷부분에 나오는데 9월 13일 개봉 DCP에선 전면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사회 상영본에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고지가 나왔다.
제작사 측은 '치악산'을 연출한 김선웅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본인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된 포스터는 삭제하는 한편, 원주시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치악산' 시사회와 출연 배우들이 참여하는 치악산 홍보 캠페인 등을 제안한 상태다.
오 프로듀서는 "개봉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계속 원주시와 원만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개봉 연기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건 아직은 저희가 논의해본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원주시의 피해에 관한 질문엔 "(영화를) 보는 분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희 영화가 그렇게까지 수위가 높거나 저희 영화를 보고 치악산이 무서워 못 가겠다고 생각하실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이 관련 지역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포영화 '곤지암'(2018)과 '곡성'(2016)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오 프로듀서는 "기존 영화를 보면 제목 문제는 아니었지만 항의가 들어온 부분이 있을 때 자막 고지로 원만히 넘어가고 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렇게 (사태가) 커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선웅 감독은 '치악산'을 구상한 배경에 관해 평소 괴담에 관심이 많았다며 "치악산 괴담을 우연히 알게 돼 이야기로 만들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김 감독은 "'치악산'이란 영화를 처음 만들 땐 이런 구설에 오를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임하진 않았다"며 "이 영화가 단순히 허구의 괴담을 가지고 만든 영화로, 공포 콘텐츠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 올린 포스터에 대해선 "혐오감을 느낀 분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히고, "'곤지암'이나 '곡성'과 같이 원주시, 치악산과 상생하며 원주시의 또 다른 공포 콘텐츠로 자리 잡아 영화 '치악산'과 명산 치악산이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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