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에 다리 잃은 환경미화원…'청소차'도 문제?[이슈시개]
생활폐기물 수거차량, 이른바 '청소차' 뒤편 발판에 환경미화원이 올라 서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거점마다 정차해 쓰레기를 차에 실어야 하는데, 작업자가 조수석에서 일일이 내리기보다 적재함에 가까운 차량 뒤편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게 일의 속도 면에서 유리해서다.
그러나 안전 측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청소차가 교통사고를 당할 경우, 환경미화원이 뒤편에 있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 내 도로에서 구청 청소차 뒤편 발판에 매달려 있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작업 발판은 불법이지만 환경미화원들이 과중한 일감을 끝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판을 타는 상황"이라며 "작업 발판을 타게 만드는 과중한 노동 등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원주에서도 음주운전 차량이 청소차 뒤편을 들이받아 30대 환경미화원은 오른 발을 절단했다. 이 사고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운전자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소 5차례의 동종 전력이 있고,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도 충분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후미 발판에 탑승해 이동하는 위험한 작업 방식이 피해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안전 작업 가이드'와 환경부의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은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뒤편이나 적재함에 타고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가이드이기에 권고사항일 뿐, 반드시 지켜야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행 도로교통법에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있고 자동차관리법에서 발판 설치는 불법이다.
지난 3월 문길주 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자치단체가 청소차의 발판에 대해 법 위반사항을 점검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2017년 11월 보름 만에 광주에서 환경미화원 2명이 숨진 당시에도, 문 전 사무국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소차의 발판에 문제 제기하며 "불법임에도 경찰이나 구청에서 단속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미화원 사고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산재 신청 건수는 총 869건. 이 가운데 추락과 교통사고에 의한 골절은 806건으로, 전체 건수의 92%가 넘는다.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형 청소차' 도입과 불법 발판에 대한 강력 단속 및 제거 조치 등 대책을 내놨다. 차량 뒤편 발판 대신 타고 내릴 공간을 가운데에 별도 마련한 게 한국형 청소차다. 그러나 보급이 더딘 데다 기존 청소차보다 적은 수거용량, 골목 방문수거에 부적합한 큰 차체 등의 이유로 현장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청소차 발판 자체를 개선하거나 안전한 사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악구청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이 제기되자, 구청 측은 기존 발판에 안전장치를 보강하고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2018년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내놓으며 "사람 중심의 청소차"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환경미화원이 청소차에 매달려 일하다 숨지는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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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유진 기자 ji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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