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K팝···버추얼 K팝 아이돌 ‘플레이브’ 탄생기

김한솔 기자 2023. 8. 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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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콘텐츠 스타트업인 블래스트가 선보인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버추얼 K팝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의 첫 미니 앨범 ‘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의 초동 판매량이 20만장을 기록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버추얼 그룹의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은 확실히 아닌데, 실제 사람이라고도 하기도, 아예 사람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운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31일 이현우 블래스트(VLAST)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에픽게임즈 코리아가 주최한 ‘언리얼 페스트 2023’ 콘퍼런스에서 플레이브의 탄생기와 기술적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블래스트는 VFX(시각효과), 게임엔진,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모인 버추얼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플레이브는 블래스트가 처음 내놓은 5인 버추얼 보이 그룹이다.

실제 사람이 아닌 AI가 노래하는 식의 가상 그룹과 달리, 플레이브의 ‘본체’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멤버인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 모두 실제로 댄스와 보컬뿐 아니라 작사, 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다. 지난 3월 데뷔한 플레이브의 활동 모습은 외형이 버추얼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 아이돌 그룹과 똑같다.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하는 것을 쇼츠로 찍어 올리고, 뮤직비디오도 있고, 자체 콘텐츠도 만든다. ‘플리’라는 이름의 팬덤도 있다.

일본 애니 스타일 대신 한국 웹툰 스타일의 작화 + K팝

플레이브는 버추얼 지식재산권(IP) 개발을 기획하던 블래스트가 ‘만화 스타일의 버추얼 휴먼 콘텐츠’를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타일을 내세운 버추얼 유튜버들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때였다. 이 CTO는 “버튜버들의 강점은 웹캠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시작해 다양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버튜버들과 경쟁하면 지속 가능한 IP는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느리지만 고급 콘텐츠를 만들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캐릭터의 작화도 바꿨다. 이 CTO는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는데,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웹툰 일러스트, 장르는 K팝으로 대중을 공략하기로 했다. 플레이브가 그 새로운 시도였다”고 말했다.

‘로지’ 같은 사람의 모습과 최대한 흡사한 스타일을 처음부터 배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술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버추얼 휴먼에게서 (저희 타깃층이) 정말 사람과 동일한 가치를 느끼기까지 몇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기엔 기술 부족해 춤 실력 다 못보여주기도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다섯 멤버들. 블래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플레이브에도 쓰이는 모션캡처 기술은 이미 영화 <반지의 제왕>(2001)의 골룸 역에서부터 쓰인 오래된 기술이다. 기존 모션캡처는 배우의 연기를 데이터로 녹화해 3D 프로그램으로 가져가 가공하고, 배우와 캐릭터 간에 발생하는 신체 비율의 차이 등은 애니메이터들이 수가공을 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이런 후가공 방식으로는 ‘라이브 콘서트’ 같은 콘텐츠는 만들 수 없다.

이 CTO는 “신체적인 오차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브 멤버들이 춤을 굉장히 잘 추는데, 초반에는 저희 기술이 부족해 춤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라이브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목표는 나와 버추얼 사이를 이어주는 기술은 모두 뒤편으로 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브 외 다른 버추얼 아이돌 그룹 제작 여부에 대해 “버추얼 업계에서 하이브나 JYP, SM 같은 엔터테인먼트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라며 “당분간 플레이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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