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첫 달부터 깨진 ‘下高 전망’… 7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에 국세 43.4조 덜 걷혀
생산 -0.7%·소비 -3.2%·투자 -8.9%
기재부, 7월 국세수입 현황 발표
7월 누적 전년 대비 43.4조원 덜 걷혀
“세수 결손 50조원에 달할 것” 전망도
경기가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지난 7월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세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43조원가량 덜 걷히며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 부진했던 경기가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하반기 첫 시작달부터 깨진 것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지난 4월 1.3% 감소한 이후 5월 0.7%로 증가, 6월 0.0%로 보합을 나타냈다가 하반기에 진입하자마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2.0% 줄었다. 특히 지난 2월 15.5% 감소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던 반도체는 2.3% 감소하며 다시 ‘마이너스의 덫’에 빠졌다. 반도체를 대신해 수출을 지탱해 준 자동차도 전월 대비 0.2% 뒷걸음질쳤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승용차·음식료품·의복 등 모든 영역에서 감소하며 전월 대비 -3.2%를 기록했다. 2020년 7월 -4.6% 이후 3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통계청은 “지난 6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월 대비 7월 소비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개소세 30% 인하 혜택이 적용된 마지막 달인 지난 6월 자동차 판매는 전월 대비 13% 급증했다.
투자도 감소 대열에 합류하면서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가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완성됐다. 건설 기성은 0.8% 늘었지만, 설비 투자가 8.9% 줄었다. 2012년 3월 -12.6% 이후 11년 4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기상악화와 자동차 개소세 변동에 따른 일시적 요인 때문으로 평가된다”면서 “경기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기조적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놨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세수 실적은 한층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217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 4000억원(16.6%) 덜 걷혔다. 목표치 대비 실적인 진도율은 5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진도율 64.8%보다 10.5% 포인트 낮은 수치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세수는 법인세다. 지난해보다 17조 1000억원(26.1%) 적은 48조 5000억원 징수됐다. 지난해 기업의 경영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소득세는 12조 7000억원(15.8%) 줄었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양도소득세가 전체 소득세 감소분의 75.6%에 해당하는 9조 6000억원 덜 걷혔다. 수입이 줄고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부가가치세는 6조 1000억원(9.7%) 줄었다.
정부가 올해 계획한 국세 수입 실적 400조 5000억원은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 이제 세입 예산보다 얼마나 덜 걷혀 세수 결손, 즉 ‘펑크’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수 결손 규모가 6월 말(39조 7000억원)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사상 초유의 액수인 50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12월에 걷는 종합부동산세도 지난해보다 30%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초 다시 추계한 올해 세수 전망을 발표한다.
세종 이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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