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니하오!" 2359일 끊긴 중국 크루즈 관광 재개 신호탄 쐈다(종합)
선사 측 기상 악화로 일본 안가고 제주서 1박…관광업계 "반사이익 누리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니하오∼ 환잉!"
31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중국발 크루즈선 블루드림스타호(2만5천t급)에서 내린 크루즈 관광객 669명이 입국 절차를 마무리하고 쏟아져 나오자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를 의미하는 중국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 2017년 3월 16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발 마지막 크루즈인 코스타 아틀란티카호(8만5천t급)가 제주항을 떠난 뒤 2천359일 만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크루즈지만, 블루드림스타호의 입항은 그 의미가 크다.
6년 5개월가량 끊긴 중국 크루즈 관광 재개의 신호탄을 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오랜만에 제주를 찾은 중국 크루즈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영 행사를 열었다.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한복을 입은 도우미들이 꽃다발과 환영 기념품 등을 전달하며 환영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이날 가장 먼저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마자쥔(40·상하이)씨는 "6년 반 만에 처음으로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참 전에 제주에 왔었는데 그동안 새롭게 바뀐 이색 카페라든지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다니는 맛집 투어 등 여러 가지 체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제가 사는) 상하이 지역은 제주와 가깝고 크루즈, 항공편이 많기 때문에 (제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면세점 쇼핑, 먹방 투어 이런 욕구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를 찾은 나나(상하이·36)씨는 제주의 문화와 한류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나씨는 "풍물패부터 시작해 저희를 진심으로 환대해주셔서 정말 기쁘다. 인터넷으로 제주 해녀 스토리를 많이 봤는데 이번에 해녀와 관련한 부분을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 한국 드라마나 K팝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원래 한국을 꼭 와보고 싶었다. 이번에 크루즈 관광이 재개돼 제주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루드림스타호의 선사 샹위청 드림스타크루즈 부사장은 "제주도는 모든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좋아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행 상품이 정말 많다. 앞으로 계속해서 입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광객들은 10여대의 대형버스에 나눠 타고 제주 관광을 시작했다.
이날 비가 내릴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잠시 날씨가 개면서 푸른 하늘과 제주바다가 중국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제주 대표 관광코스인 용두암과 도두무지개해안도로에서 중국인들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만끽했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의 방문으로 제주의 시내면세점도 활기를 띠었다.
이날 오후 5시께 간단한 관광을 마친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백명은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신라면세점에 도착하자마자 인해전술로 면세점 직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관광객들은 화장품이나 선글라스, 가방 등 패션 상품 등을 둘러보며 쇼핑을 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 윤재필 점장은 "오랜만에 매장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다시 맞이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중국의 단체 관광 허용으로 제주 관광산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단체 고객들의 면세쇼핑 만족과 지역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관광객들은 동문시장 등 재래시장에 가고 싶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산둥성에서 온 위키(26)씨 등은 "일단 면세점에 왔기 때문에 식품 코너 등을 둘러보며 한국 식품을 샀다"면서도 "중국에서도 살 수 있는 것 외에 동문시장 등에 들러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토속적인 재품을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크루즈선은 애초 제주에서 8시간 가량 머문 뒤 이날 오후 10시 일본 나가사키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급 변경해 제주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제12호 태풍 '기러기'의 영향으로 전해졌다.
블루드림스타호는 9월 1일 하루 제주에서 머물며 관광을 한 뒤 오후 5시께 제주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돌아갈 예정이다.
관광 업계에서는 "중국 선사 측이 반일 감정으로 인해 기항지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발 크루즈선은 이날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주를 찾는다.
31일 블루드림스타호를 시작으로 드림호(7만7천t급), 메디테라니아호(8만5천t급) 등 '중국발 크루즈선'은 앞으로 12월까지 47차례 제주항과 서귀포 강정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올 한해 중국과 일본 등 16개 선사의 크루즈 18척이 82차례(제주항 59차례, 강정항 23차례)에 걸쳐 선석 배정을 신청했다.
이 중 현재까지 크루즈선이 28차례 기항하면서 4만7천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으며, 앞으로 중국발 등 모두 54차례 기항을 통해 관광객 6만여명이 더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제주항과 강정항에 입항 의사를 신청한 크루즈선은 현재 334여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80%가 중국발 크루즈선이며, 이를 통해 약 9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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