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무기거래 급물살…백악관 "친서 주고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한을 교환하면서 양국 간 무기 거래 비밀협상도 진전시킨 정황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러시아는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치닫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각종 포탄을 확보하려고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한·중국·러시아 공조 강화에 힘쓰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0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지난 7월 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방북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협력 강화 차원에서 서한을 교환했다"며 "서한은 각종 지원을 독려하는 표면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관리들이 추가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무기 거래 가능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새 정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양국 간 고위급 논의는 몇 달 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상당한 양과 종류의 탄약, 러시아 방위산업에 도움이 되는 원자재 등이라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무기 종류와 관련해 "다양한 유형이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포탄"이라고 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백악관의 발표와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은 좋은 관계,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다양한 수준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서한 교환이 사실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쇼이구 장관은 지난 7월 말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북한의 '전승절' 때 평양을 방문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등 무기 전시회를 둘러봤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려는 방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후방 병참기지로서 북한의 군사 지원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작년 11월 북한이 러시아측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제공하는 형태로 러시아를 우회지원했다고 공개했고, 올해 3월에는 북한이 무기를 전달하는 대신에 러시아에서 식량을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16일 북·러 무기 거래를 중재한 러시아, 슬로바키아, 카자흐스탄 기관 3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사회 봉쇄망을 좁히는 과정에서 북한은 큰 구멍이다. 커비 조정관은 "북·러 간 무기 거래는 다수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유엔 주재 한·미·일 3국 대사들은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면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핵무기 확산 추구자들에게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보리는 실효적인 제재수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대북 제재안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에 '일대일로 포럼' 참석차 중국 방문도 준비 중이다. 중국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고 군사·경제적 지원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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