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여행은 한마디로 '쇼핑'… 미국선 식당 지출 최대
엔저 영향 日숙박비 부담 줄어
백화점·잡화 등에 54%나 지출
코로나 전보다 방문율 6%P↑
명품구매 유독 베트남서 많고
태국 카드결제 1위는 '숙박'
◆ 빅데이터로 본 휴가 ◆
올여름 해외여행객 '가계부'를 들여다봤더니,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소비 패턴이 사뭇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 1~4위는 일본, 미국, 베트남, 태국 순으로 변화가 없었지만, 엔화가치 약세(엔저) 현상과 미국 '팁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지출 내역에 변화가 많았고 연령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31일 매일경제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데이터 4억8000만건을 분석해 올여름 휴가 트렌드를 짚어봤다. 그 결과 다른 나라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인 데 비해 일본 관광객 쏠림현상은 매우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2019년에도 전체 여행객의 17%가 방문했는데, 올 1~7월에는 출국자의 23.2%로 6.2%포인트나 늘었다.
2019년 동기 대비 증가율 2위인 태국이 0.9%포인트 오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1위다. 여행객 수 2~4위인 미국, 베트남, 태국도 전체 비중은 코로나 이전 수준에 머물렀다.
나라별로 어디에 돈을 썼는지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상반기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한국 관광객은 일본을 많이 찾았는데, 전 연령대에서 숙박비를 줄이고 쇼핑 지출을 늘린 것이 눈에 띄었다. 백화점, 쇼핑몰, 잡화 구매를 합치면 전체 지출의 54%나 된다. 이에 비해 숙박비 비중은 15%, 식당도 8%에 그쳤다. 남궁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팀장은 "엔저 현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숙박비 부담이 낮아지고 쇼핑할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숙박비는 연령이 낮을수록 감소했는데 60대(16%)에 비해 20대는 거의 절반 수준(9%)에 불과했고, 이는 2019년 대비 11%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전 연령대에서 식당 지출로 허덕이고 있었다. "음식값과 팁이 무서워 미국 여행 못 가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20대는 전체 여행 지출의 27%를 식당에서 썼고, 30·40대는 19~20%, 50·60대는 23%를 식당에서 결제했다. 물론 이는 카드 결제만 집계한 것으로, 최근 인기를 모으는 해외여행 선불카드 지출을 제외한 수치다. 미국 여행객은 의류와 쇼핑몰에서도 지갑을 열었다. 다만 식비 부담이 크다보니 모든 연령대에서 식비 외에 다른 지출은 2019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라다.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은 '명품 사고 미식 즐기러' 가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베트남 카드 결제 비중 1위는 '잡화'가 차지했는데, 빅데이터 분석 결과 주로 명품 브랜드에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풀빌라와 좋은 호텔 수요가 높아 숙박비 지출이 많았지만, 20대와 30대는 숙박비를 줄이고 잡화(명품) 지출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유흥' 항목이 4위라는 점이다. 이 항목에는 주점과 클럽 등의 지출이 포함돼 있다.
태국은 숙박비, 잡화, 식당 지출이 압도적이었다. 태국 여행객은 숙박비로 전체 카드 지출의 29%를 썼다. 숙박비 비중만 보면 한국인이 많이 찾은 국가 중 1위다. 먹고 쇼핑하고 쉬는 여행지답게 잡화(22%)와 식당(15%)이 뒤를 이었다. 다른 상위 국가와 달리 면세점(14%)과 스포츠(5%)가 지출 5위권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띄었다.
한편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올여름 국내외 휴가 트렌드를 '6C'로 제시했다. 최근 5년 자사 가맹점 빅데이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련 검색어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를 겪으며 언제든 하늘길이 막힐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큰 맘 먹고 가는 여행보다 출퇴근하듯 가까운 나라로(Commute) 훌쩍 떠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여기에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개척(Columbus Tourism)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며(Companion Pet), 다양한 액티비티(Cultural Activity)를 즐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 전반적으로 쉬는 문화가 확산되고 SNS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캠핑과 글램핑족(Camping Life)이 증가하고, 시내 호텔 등 도심에서 즐기는 휴가(Citycation)가 일상화됐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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