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5 가격 올들어 첫 상승…삼성·SK, 고부가제품으로 '업턴 승부수'

최영지 2023. 8. 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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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D램값 2.99% 하락했지만…DDR5 7.26% 상승
"고객사, DDR5 가격인상 수용…세대교체 시작"
"AI 수요 급증…내년 D램·낸드 수요 늘어날 것"

[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공급업체들의 감산에도 불구, 메모리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1.3달러대에 주저앉았다. 기존 D램 제품의 재고가 워낙 많이 쌓여 있는 탓에 가격이 더 떨어진 것이다. 다만,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가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 반도체 불황이 회복할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에 주력하는 만큼 늘어나는 수요에 힘입어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자료=트렌드포스)
범용제품 가격 하락 속 DDR5값 상승…“D램 세대교체 시작”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DDR4 8Gb(1Gx8)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1.34달러)보다 2.99% 하락한 값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으로,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트렌드포스는 DDR4 제품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높은 수준의 재고를 꼽았다. 트렌드포스는 “PC제조업체들은 DDR5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시작했다”며 “공급 측면의 높은 재고로 인해 DDR4 제품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점차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DDR5 가격은 올랐다. DDR5 16Gb 제품의 경우 이달 3.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3.17달러)보다 7.26%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일부 D램 구매자들은 7월말께 DDR5 모듈의 가격 인상에 동의했으며 PC OEM 업체들은 8월부터 D램 공급업체와 계약을 연이어 완료했다”며 “공급업체들이 가격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많은 PC용 D램 구매자들은 DDR5 제품에 대해 소폭의 가격인상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 최첨단 공정에서 PC용 D램을 생산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도 “DDR4 가격 하락 영향으로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보다 떨어졌으나 DDR5 가격이 오른 것을 업황 회복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DDR4에서 DDR5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하며 업황 회복은 물론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DDR5는 현재 상용화된 DDR4보다 성능이 2배 높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범용제품 128Gb(16Gx8 MLC)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지난달과 같았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4년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메모리가격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내년에도 메모리 감산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메모리 제품의 낮은 가격을 고려할 때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트 수요 성장률이 전년 대비 각각 13%와 16%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PC용 D램의 경우 내년 후반께 DDR4에서 DDR5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며 연간 성장률을 12.4%로 내다봤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라 서버용 D램의 연간 성장률이 17.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료=트렌드포스)
삼성·SK, 고부가제품 생산 늘려 메모리 시장 선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HBM 등 고부가제품에 집중하며 메모리 업턴(상승 국면)에 준비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평균판매단가가 높은 DDR5와 HBM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특히 DDR5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64GB 용량 제품과 고성능용 제품인 128GB 제품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다.

또 양사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서로를 ‘HBM 업계 1위’라고 소개하며 기술 개발과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세대 HBM3 공급에 이어 5세대 제품인 HBM3P·HBM3E 공급도 준비 중이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1분기 24.4%에서 2분기 30.1%로 5.7%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점유율 확대의 원인으로 HBM3가 꼽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분기에는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HBM 같은 고부가제품에서 매출을 확보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지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 고부가 HBM3 수혜까지 누리면서 3분기부터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HBM3P를 비롯해 HBM 차기제품과 메모리 자체적으로 연산까지 가능한 차세대 HBM-PIM(프로세싱인메모리) 제품을 토대로 HBM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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