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8억 보상도 싫다" 망원 모아타운 개발, 장수막걸리 계열사 반대에 제동

정영희 기자 2023. 8. 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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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막걸리' 제조사 서울탁주제조협회의 계열사인 '오일기업'이 모아타운 사업지로 지정된 망원동 419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위원회는 오일기업에 보상금 지급이나 새 사무실 건립 등을 제안했으나 오일기업은 "역사성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노후 주택 밀집으로 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망원동이 모아타운 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가운데, 해당 구역에 사무실이 위치한 '장수막걸리' 제조사 서울탁주제조협회의 계열사가 사업에 동의하지 않아 주민들과 대립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흔히 보상비를 받기 위해 개발사업 참여를 거부하는 이른바 '알박기'와는 달리 오랜 시간 영업을 해온 만큼 역사성을 지키고 싶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모아타운 사업지로 지정된 망원동 419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서울탁주제조협회 계열사와 사업 동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모아타운 1차 공모를 통해 마포구 망원동 419번지와 453~461번지 일대(8만2442㎡)를 선정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도 50% 이상인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는 지역단위 정비사업이다. 좁은 면적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한 번에 모아 개발하는 방식을 취해 '미니 뉴타운'으로 불린다. 단지 내에 지하주차장이나 공원 등 다양한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19번지 일대는 공동주택 344.4㎡, 공동주택 외 건축물 1589.2㎡다. 개발 후엔 지하 3층, 지상 17층의 공동주택 181가구(임대 34가구) 건립을 목표로 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토지 등 소유자는 조합을 설립할 때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10분의 8 이상과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시행구역의 공동주택은 동별 구분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공동주택 외 건축물은 해당 건축물이 소재하는 전체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추진위는 사업시행자로 코리아신탁을 지정, 지난해 11월부터 토지 등 소유자 147명을 상대로 사업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동의율이 81%를 넘겨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했으나 문제는 상가 자리의 토지 소유자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사업 대상지 내에는 서울탁주제조협회 자회사인 오일기업이 소유한 '서울장수막걸리체험관' 건물이 있다. 오일기업은 모아타운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건물 연면적은 811.3㎡로 사업 대상지 내 공동주택 외 건축물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규모다. 오일기업이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모아타운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사진=독자 제공
추진위는 지난 3월부터 오일기업 측에 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108억원의 보상비를 제안했다. 오일기업 측은 4월20일 열린 주주총회에 해당 안건을 올렸고 주주 동의를 받지 못해 참여가 어렵다는 뜻을 추진위에 전했다.

추진위는 이후 보상비 인상과 면적·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등을 현재 건물과 동일하게 맞춰 인근에 새 건물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설계도면 작성을 의뢰해 지난 7월 초 전달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일기업 측은 "주민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싶지만 1970년대에 터를 잡아 현재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앞으로도 같은 위치에서 계속 영업할 예정"이라며 "본의 아니게 모아타운 개발 이슈에 휘말리게 돼 힘든 상황"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주민들은 오일기업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주민 A씨는 "40년 이상 된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이 많아 녹물이 나오고 창호가 부실해 겨울이면 외풍이 심한 동네"라며 "장수막걸리 건물에 주차장이 없어 매번 인도를 막고 물건을 상·하차하는 불편이나 소음 등도 이웃으로 생각해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는데 동의를 못 해준다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에는 추진위 구성원 일부가 회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준공 25년이 넘은 노후 빌라들은 모아타운 사업이 아니면 앞으로 언제 개발 기회가 올지 모른다"며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더 빨리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청은 현 상황에선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모아타운 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조합을 구성해 진행하는 민간사업으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사업자 각각이 본인의 의사에 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공공에서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업 추진을 권고하거나 강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신탁사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오일기업을 지속해서 설득하고 있으나 협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노후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부지가 좁아 개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인 만큼 모아타운 사업 성공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매우 컸다"며 "오일기업에 설계변경시 수용 여지가 있느냐고 문의했으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9월20일 주주총회에 해당 안건을 다시 상정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망원동 모아타운은 관리계획수립을 준비 중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과 같이 사업시행계획인가 후에 별도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고 사전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사업시행계획과 같이 인가를 받는 구조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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