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개미도 물렸지만 더 샀다 … 日상장 美국채 ETF의 매력
한국인 투자자금 60%나 몰려
엔화 강세로 돌아서면 환차익
美국채가격 올라도 수익 거둬
올 수익률 부진에도 추가 매수
부자들이 물려도 또 사는 종목이 있어 금융투자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자들의 움직임에 투자 규모가 작은 개인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총투자금이 점점 불어나는 형세다. 더 물릴지도 모르지만 짧게 봐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도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는 금리와 환율이 얽혀 있는 문제라 '묻지마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0일까지 국내 개인·기관투자자가 순매수한 일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는 총 3억9017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2412만달러를 순매도한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큰 규모다. 일본 투자가 부쩍 늘어난 건 일본 경제 부활을 알리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달러당 150엔까지 밀렸던 엔화값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 역시 한몫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엔화로 투자한 일본 주식 가격이 그대로여도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 외에 미국 장기 국채금리 하락(국채가격 상승)까지 내다본 투자가 더 많다. 올해 일본 주식과 ETF 총매수액 중 60%(2억2817만달러)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엔화 헤지) ETF'에 몰려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운용하는 이 상품은 만기 20년 이상인 미 국채에 투자하면서도 엔화를 헤지했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본 자국민들은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만 얻게 된다.
하지만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엔화 강세가 되면 여기서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게다가 미 국채가격까지 상승하면 추가 수익도 얻게 된다. 엔화 강세, 국채가격 상승 두 가지 수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큰손들도 이 상품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대형 증권사 고액 자산가 담당 임원은 "일본에 상장한 미 장기채 ETF는 부자들도 많이 투자했고 -10% 정도 손실이 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물론 소액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도 상당수 이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보고 있다. 예상과 달리 엔화가 계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 장기물 금리가 오히려 더 올라가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상품의 연초 이후 30일까지 수익률은 -8.7%로 부진하다.
물렸지만 더 사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1개월간 이 상품에 대한 국내 기관·개인의 투자 규모는 780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전체 순매수의 35%가 최근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그만큼 더 사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면서 엔화가치가 올라가고 동시에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아 장기물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일본 중앙은행(BOJ)은 장기금리가 뛰지 않게 묶어두는 수익률곡선관리정책(YCC) 유연화를 발표했다. YCC 유연화는 덜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엔화 강세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기관마다 전망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향후 6개월간 엔화값이 달러당 15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이 여전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은 4분기에 엔화가 달러당 138엔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가 적정 수준 대비 30%가량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향후 엔화 강세를 전망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고용과 물가가 좌우한다. 최근 고용과 물가가 동시에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기물 금리도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지표가 다시 뜨겁게 나오면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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