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주년 맞은 헌재..“헌법에 반한다” 위헌성 결정 2000건 넘어
오는 1일 출범 35주년을 맞는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 총 2000건이 넘는 위헌(違憲)성 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는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4만9053건의 심판 사건을 접수해 4만7419건을 처리했다. 그 중 2038건에 대해 헌법 조항이나 정신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위헌성 결정을 했다. 헌재는 영화 사전 검열이나, 동성동본 금혼 규정, 혼인빙자간음죄 등의 법령을 위헌 결정으로 없앴다. 헌재는 위헌 법률 심판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 심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있는 굵직한 사건들도 전담해왔다. 독립 건물도 없이 재판관 비상임이던 조직으로 출발한 헌재는 35년 만에 중요 사건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마련된 헌법을 토대로 이듬해인 1988년 9월 1일 출범했다. 출범 당시 독립 청사를 마련하지 못해 정동빌딩 내 사무실을 이용하다 1988년 12월 옛 서울대 사범대학 부속건물을 대여받아 사용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비상임이었다. 1991년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재판관 전체가 상임으로 전환됐고, 1993년 현재 종로구 재동 청사에 자리 잡았다.
헌재가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저지하면서다. 2004년 9월 헌재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던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결정은 현직 대통령이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는 중요정책에 대해 제동을 건 최초의 결정이었다.
헌재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헌재의 역할에 대한 국민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후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국무위원 등의 탄핵도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노무현 대통령(2004), 박근혜 대통령(2016), 임성근 부장판사(202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2023)등 네 번이고,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헌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등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판사에 대해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했기 때문에 ‘탄핵할 수 없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핼러윈 참사 대응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도 기각했다.
국민들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건수도 늘고 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 남용 등으로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올해 8월까지 헌재에 접수된 전체 사건(4만9053건) 중 헌법소원 사건은 96.7%(4만7419)에 달한다. 헌법재판소 권한은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크게 다섯 가지인데, 헌법소원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딱딱한 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감 있는 헌법기관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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