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극단선택 막자" 컨트롤타워 세운 日
◆ 위기의 아이들 ◆
한국과 일본 모두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자살방지 대책 수립과 시행을 위한 컨트롤타워 여부, 예산 규모 등에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지난 4월 '아동·청소년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자'는 뜻에서 어린이가정청을 출범시켰다. 어린이가정청은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아동·청소년 자살방지 대책을 시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일본의 자살방지 대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자살방지대책추진센터'의 시미즈 야스유키 대표(51)는 "자살방지 대책은 후생노동성이 했고 학교 내 자살예방 대책에 한해서는 문부과학성이 했는데 이렇게 되니 학교 밖 학생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며 기존 자살방지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미즈 대표는 "어린이가정청은 이에 대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관이며 후생성·문부성을 지휘할 수 있는 주무 부처가 돼 자살방지 대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어린이가정청은 자살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각 부처들을 종합해 연락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말까지 수립 예정인 아동청소년육성추진 대책에 자살방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포함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청소년 자살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청소년 자살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가 나눠서 맡고 있다. 이 중 학교 내 학생들은 교육부가, 학교 밖 청소년은 여가부가 담당하는 구조다. 복지부는 각 부처의 자살예방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방지 대책 관련 부처가 흩어져 있어 유기적인 정책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말 발간한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현재 자살예방 등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사업에 교육부·여가부·복지부 등이 함께하지만 기관 간 서비스가 분절적이고 단편적으로 구성돼 원활한 연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예산 부족에 따른 인프라와 전문인력 미비는 모든 부처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 현안인 만큼 정신건강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유일한 해법은 부처별 사업을 총괄하는 최상위 조정기구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살방지 대책 관련 예산은 양국 간 격차가 약 20배에 이른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살방지 대책 관련 예산은 일본이 8300억원인 반면 국내 예산은 약 45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자살예방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자살대책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본은 2006년 의원 입법으로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한 뒤 2016년 대폭 개정해 현재의 기본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한다.
그에 반해 한국은 자살에 대한 국가 책무와 예방정책의 필요 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있지만 근본적인 자살방지 대책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도쿄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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