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도 대응팀 만들어 … 고위험 청소년 집중관리

나가노현선 의사·변호사 뭉쳐
자해 경험 학생에 상담 주선
한국선 센터운영 고작 23%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청소년 자살 1·2위 지역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나가노현은 2019년 10월 자체적으로 아동자살위기대응팀을 만들었다. 나가노현은 미성년자 중 자살 시도와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 등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정신과 의사와 변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코어팀'의 조언을 받고 필요시 경찰이나 아동상담소 등 관계기관에 인계하는 식이다.

지자체가 직접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기 어려울 때는 민간단체 도움을 받는다. 도쿄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살 관련 민간단체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후 예산을 지급하거나 지자체가 먼저 실력을 갖춘 단체에 연락을 취한다. 자살방지 대책 비영리법인 OVA도 지자체의 고민을 덜어주는 민간단체 중 하나다.

일본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자살방지 대책을 꾸려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가 2016년 3월 자살예방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각 지자체에 자살방지 대책 수립과 시행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자살예방기본법 제13조에는 '도·부·현, 시·정·촌은 각각 자살방지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법 제14조에서는 자살예방 사업을 위해 필요한 보조금을 교부하도록 했다.

이처럼 지자체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자살문제 특성상 위험 증후가 보이는 대상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미즈 야스유키 자살방지대책추진센터 대표(51)는 "일본은 자살문제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동일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자살방지 대책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지자체의 자살예방 노력은 일본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 내 민관 역량을 묶어내면서 자살예방 네트워크의 중심점이 돼야 할 자살예방센터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자살예방센터는 229개 기초지자체 중 54개 지자체(23.5%)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자살예방센터 설치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서 강제가 아닌 임의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