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시작한 野, ‘尹탄핵’ 카드도 만지작?

박성의 기자 2023. 8. 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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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기한 단식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 막겠다”
野일각 ‘대통령 탄핵’ 주장도…신중론 우세 속 여론 향배 주목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이념 전쟁' 선포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도 대정부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협치 가능성이 요원해진 가운데, 야권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장은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지만 '민심 추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싸울 수밖에"…李 "무도한 정권 심판"

윤석열 정부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여의도는 사실상 '협치 시계제로' 상태다. 여야의 냉전 기류 속 윤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협치, 협치 하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고,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과 관련해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 이런 세력들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회는 여소야대에,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며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협치의 상대가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협치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대통령일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야권 내 분노가 확산한 뒤였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는 정부를 상대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 종료 조건으로 윤 대통령의 사과 및 국정 쇄신,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을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NBS

尹 지지율 침체 속…野일각 "탄핵으로 맞서야"

야권 내에선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수위 높은 주장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다수 야당이다. 지금은 그에 맞는 투쟁방식을 취해야 한다.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나쁜 짓은 막아서고 혼을 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은 그 정점에 있는 방식이고, 다수 야당이 결단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관련 발언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친윤석열계가 주류인 국민의힘 상황을 고려하면 탄핵안이 의결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용민 의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광화문 집회에서 주장하고 외칠 수는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우리 정당이 추진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조금 무리 아닌가 싶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념 전쟁' 선포를 계기로 야당 내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 여당에 대한 중도층 이반이 심화되면, 현실화 가능성과 별개로 탄핵소추안 발의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탄핵은 정부의 폭주를 견제할 최후의 보루로 함부로 언급해서는 곤란하다"면서도 "현재 윤석열 정부는 '옐로우 카드'를 이미 1장 받았다고 본다. 국민이 '레드 카드'를 빼들었다고 판단하면 당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기엔 민주당을 향한 민심도 차게 식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역시 지지율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도‧무당층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민심을 흡수하는 게 민주당의 우선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9%로 나타났다. 직전 발표된 2주 전 조사(17일)보다 긍정 평가는 5%p 떨어지고 부정 평가는 5%p 오른 결과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2%, 민주당 28%, 정의당 5%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 없음' 및 '모름·무응답'은 33%였다. 내년 총선 성격을 묻는 질문엔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2%,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8%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정부·여당 견제론은 6%p 상승, 정부·여당 지원론은 5%p 하락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4.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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