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에 실거주하면 벌금폭탄”… 10월 ‘생숙 대란’ 해결책 안 보이는 이유
부동산 규제의 틈새 시장에서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가 10월 중순부터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숙에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10만명이 넘는 생숙 수분양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수분양자들은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을 할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법 지키는 사람만 바보만드는 것”(3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수분양자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생숙 대란’이 현실화할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백대 일 경쟁률 청약 흥행도 옛말… ‘애물단지’ 된 생숙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2년의 유예기간을 끝으로 10월14일부터 시행된다. 이후로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불법건축물’로 간주돼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연 2회 부과 가능하고, 횟수 제한도 따로 없다.
생활형 숙박시설이란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결합한 숙박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출장 등의 이유로 장기 투숙이 필요했던 외국인 또는 국내 직장인들을 위해 도입됐다.
호텔, 모텔 등 일반형 숙박시설과의 차이점은 주방과 같은 취사 시설이 있어 취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숙은 건축법 상 숙박시설이라 ‘장기투숙’만 허용될 뿐 거주는 불가능하다. 부동산 개발 업자들은 활용도가 낮은 상업용지에 오피스텔보다 규제가 덜한 생숙을 짓고 ‘사실상 주거가 가능한 시설’이라고 홍보해 사람들을 모았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면서수요자들도 ‘대체 투자처’로서의 생숙에 주목했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주택수 산정에도 포함되지 않고, 전매제한도 피할수 있다는 장점이 언급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문재인 정부 때는 생숙의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할 정도였다.
투기 수요에 놀란 정부는 2021년 부랴부랴 생숙의 주거용 사용을 막았다. 그러자 생숙에 거주하고 있는 수분양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김윤선 레지던스연합회 회장은 “주거가 가능한 시설이라 안내를 받았고 전입신고와 은행대출 역시 가능해 거주가 불가능한 시설임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준주택’ 인정이 대안” vs “주거 취약지대 늘려”
정부가 2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생숙보다 까다로운 오피스텔 건축기준 탓에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가구는 많지 않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된 건 지난 2월 기준 1033가구로, 전체 건축물 대장 상의 8만6920가구의 1% 수준에 그쳤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차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의 강화된 기준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분양자들(준공 단지의 경우 80%)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점도 난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생숙을 건축법 상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1일 주택산업연구원 토론회에서 “주거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주거와 숙박기능을 담은 생숙의 활용도는 커질 것”이라며 “생숙을 건축법 상 준주택으로 정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규제 완화가 또다른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진철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원하는 분양자도 있지만, 정책취지에 맞게 숙박업으로 전환해 이미 운영중인 분양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법을 지킨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조치는 시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생숙이 주거용으로 인정하게 되면 인근 주민들로부터 과밀학급·주차난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생숙은 건축법 상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주택이 부담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지자체의 지구단위 이용계획에서도 제외돼있다. 앞서 여수시는 웅천지구 내 생숙의 용도변경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다른 주민들의 반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불법건축물을 양성화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는 “오피스텔 등 준주택 세입자들은 전세자금대출이나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고, 정부의 전세사기 구제 대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생숙을 준주택으로 바꾸는 것은 주거 안정성에 취약한 사각지대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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