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인하 끝나자 車판매 12% 뚝···설비투자도 11년來 최악
◆ 7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제조업 수출출하 36년來 최대 낙폭
재고율 123%로 석달만에 상승전환
소매판매 감소폭 3년만에 가장 커
정부 "일시적 요인" 강조했지만
동행종합지수 등 지표 하락세 뚜렷
7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일제히 쪼그라들며 올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7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두고 ‘일시적 요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경기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한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싣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 대중(對中)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되풀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비와 투자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우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의 경우 7월 기준 전월 대비 3.2% 줄었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2020년 7월(-4.6%) 이후 가장 크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5.1%)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돼 7월 승용차 판매량이 전월 대비 12.3% 줄어든 영향이 컸다. 승용차·연료 소매점 판매도 전월 대비 6.8%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1%)와 의복 등 준내구재(-3.6%) 판매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7월 집중호우로 늘어난 강수량과 강수일이 소매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 6월 개소세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두고 승용차 판매가 늘었고 7월 기저 효과로 작용했다”며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많아 외부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부분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8.9% 급감했다.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통계상 설비투자로 잡히는 법인의 자동차 구매량이 쪼그라든 것이 설비투자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설비투자 부문 중 자동차 등 운송 장비(-22.4%)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자동차 투자만 놓고 보면 감소 폭은 29.5%에 달한다.
반도체 감산 여파도 작지 않았다.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일정 등이 조정돼 특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3.6% 줄어든 것이다. 건설 기성은 집중호우 여파로 국도·고속도로 등 토목(-3.5%) 공사가 줄었지만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건축(2.0%) 공사가 늘며 0.8% 증가했다. 김 심의관은 “승용차 판매 감소가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감소에 공통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 상황도 만만치 않다. 7월 제조업 재고율은 123.9%로 전월(112.3%) 대비 11.6%포인트 상승했다. 올 5월(123.2%)에 이어 6월(112.3%)까지 2개월 연속 감소한 제조업 재고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재고는 올 6월 12.3% 줄었지만 7월에는 4% 늘었다. 자동차(4.8%), 전기 장비(4.4%) 재고도 증가세를 보였다.
제조업 재고율이 치솟은 것은 수출 때문이다. 7월 수출 출하는 전월 대비 14.5% 급감하며 1987년 8월(-15%) 이후 35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32.2%), 전자 부품(-25.0%), 전기 장비(-15.4%)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었다. 내수 출하는 자동차(-3.5%), 비금속광물(-13.4%), 식료품(-3.8%) 등이 줄며 2.4%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는 7.8% 줄었다. 김 심의관은 “제조업 출하가 재고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아 출하가 감소했고 재고 수준 자체보다 재고율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일시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생산 변동 폭의 경우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 행정(-6.5%) 부문을 제외하면 -0.3%로 사실상 보합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조정도 상당 부분 기상 악화, 자동차 개소세 변동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기조적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행종합지수는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하지만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이미 올 6월부터 7월까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동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7개 중 서비스업생산지수 등 1개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부동산발(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 반도체의 더딘 회복도 상저하고 전망의 변수로 꼽힌다. 기재부 측은 “부동산 부문을 둘러싼 중국 경제 불확실성 확대, 일부 생산 현장에서 파업 발생 시 빚어질 수 있는 생산 차질 가능성 등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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