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 父子 대통령 40년 경호... 박상철 前실장이 전한 교민 상황은
쿠데타가 발생한 가봉의 리브르빌에 머물고 있는 박상철(72) 전 한인회장이자 전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은 “교민들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31일 어렵게 연결된 본지 전화 통화에서 “현재 대사관과 한인회를 주축으로 교민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고 했다. 가봉과의 전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자주 끊겼지만,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박 전 회장은 “봉고 대통령이 가택 연금된 가운데 대통령 부인 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한국인 1명도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경호실에서 일하는 다른 3명의 한국인 경호원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1984년 봉고 대통령의 부친 오마르 봉고(2009년 사망) 전 대통령 경호원으로 발탁된 뒤 인생 대부분을 가봉 대통령실에서 일해왔다.
박 회장은 태권도 공인 9단으로 태권도로 가봉을 휘어잡은 주인공이다. 가봉에 정착해 말단 경호원에서 경호실 최고 책임자인 경호실장(2017-2021년)까지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대통령 경호실의 최장수 근무자요 ‘경호계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7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만해대상(평화부문) 시상식 당시 오마르 봉고 전 가봉 대통령 수행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주(駐)가봉 대사관(대사 신송범 )에 의하면 현재 가봉에 체류 중인 우리 교민은 대사관 직원(12명)외 45명이며, 이중 39명은 수도 리브르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봉은 1975년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국내에 알려졌지만 아프리카 국가중 1962년 한국과 가장 먼저 수교한 나라다. 신생 독립국들이 유엔에 속속 가입하고 비동맹국들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강화하자 한국은 가봉을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가봉의 봉고 대통령이냐’ ‘봉고의 가봉 대통령이냐’를 두고 헷갈리지만 봉고 대통령 방한 당시 공항에는 1000여명의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와 양국 국기를 흔들며 그를 맞았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절박하게 가봉을 필요로 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가봉은 한반도 면적의 1.2배(27만㎢)로 인구는 약 243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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