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변경 가능·상생 원해"…논란의 '치악산', 원주시와 갈등ing(종합)

김선우 기자 2023. 8. 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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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논란의 '치악산'이 결국 한발 물러서며 제목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원주시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과물로 의혹을 씻겠다던 '치악산'이지만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치악산(김선웅 감독)' 시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선웅 감독,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9월 13일 개봉하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다.

치악산 관련 괴담을 모티브 삼았다는 '치악산'은 실제 지명을 사용한 공포물이라는 점에서 강원도 원주시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통해 원주시와 치악산의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에서다. 원주시와 제작사 양측은 두차례 대면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원주시가 요청한 '제목 변경' 및 '영화 내 치악산 언급 대사 관련 삭제'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원주시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회날 역시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측이 현장을 찾아 항의 및 시위를 벌였다.

논란 속에 진행된 시사회, 영화는 치악산에서의 토막 시신 괴담과 익스트림 스포츠인 MTB를 접목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앞서 "그리 잔인하지 않다"며 시사회로 의혹을 해소하겠다던 '치악산', 15세 관람가인만큼 러닝타임 내내 잔혹하진 않고, 치악산 관련 대사도 일부를 차지한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며 우려가 커졌던 상황.

영화 '치악산' 제작사 PD
오성일 프로듀서는 시사 및 간담회를 마치고 따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 관련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기에 나섰다. 오 프로듀서는 "원주시와 원만하게 합의를 하려고 하는데 뾰족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원주시에서 처음 연락이 와서 23, 24일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원주시에서는 △제목 변경, △영화 속 치악산 대사 묵음 및 삭제 처리, △SNS 혐오 포스터 삭제를 요청했다"며 "제목 바꾸는 거나 영화 속에 대사를 삭제하는 부분은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거 같은데 조금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 영화 속 대사는 처음부터 힘들 거 같다고 말씀 드렸다. SNS에서 혐오 포스터 삭제는 그 즉시 실행하고 있었다. DCP 관련해서는 개봉 후에는 전면에 허구라는 자막이 삽입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회의를 통해서 제목 변경 하는 것까지 말씀 드렸다. 그런데 원주시에서 인터뷰를 통해 '제목 변경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인터뷰만으로 서로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 공문도 발송했다. 아직까지 답변은 못받은 상황이다. 개봉까지 시간이 있어서 원만한 합의 위해 노력하겠다"며 "영화의 수위부터 원주시 관계자들한테 말씀드렸다. 우리 영화가 그렇게까지 수위가 높거나 무서워서 치악산 못갈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원주시민을 위한 시사회나 배우들이 직접 치악산 둘레길을 걷는 홍보캠페인까지도 이야기 드렸다. 아직까지 수용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자신들이 고민한 흔적을 드러내기도.

또 "이 영화는 당초 유튜브에 떠도는 치악산 관련 괴담을 사용한 거다. 차용한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 같다.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개봉 연기나 이런 건 아직까지 논의해보진 않았다. 원주시청과 원활한 협의를 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문화쪽 콘텐트를 이해해주실 수 있는 분들과 해서 합의를 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이날 시사 후 이어진 간담회 역시 대부분의 질문이 논란에 관련된 것이었다. 사실상 해명 자리에 가까웠다. 김선웅 감독은 "치악산 괴담은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유튜브 혹은 SNS에서 수백만건의 조회를 이뤘던 괴담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이야기를 공포 콘텐트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각종 논란에 대해선 "만들 때 이런 구설에 오를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영화가 단순히 괴담, 허구의 괴담을 가지고 만든 영화를 영화로 공포 콘텐트로서 받아들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른 부분의 갈등 관계는 만든 사람들의 노고와 이런 걸 다 생각한다면 원만하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그 부분에 있어서도 원주시 시민들에게 우려의 목소리가 같이 상생하면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만한 진행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주연 배우로 참여한 윤균상은 "이런 걸 전혀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처음에 기사로 접하고 제작사 통해 이야기 들었을 때 당황한 마음이 컸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서로간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은 배우 입장에서 제작사와 원주시의 원만한 합의가 있어서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선웅 감독이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었다는 비공식 포스터가 유출되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해당 포스터에는 토막 사체가 담겨 있어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선웅 감독은 "개인적으로 해외 슬래셔영화제에 시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지인 공개로 해서 가볍게 올렸었는데 어떻게 확산이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확산돼서 보시고 혐오감을 느끼신 분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 논란이 된 상황에서 게시물은 내려간 상태다. 모든 분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을 의식한듯 영화 엔딩 크레딧 뿐 아니라 간담회 내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글귀를 스크린에 띄웠다. 하지만 논란과 별개로 110여개국 선판매를 자축도 잊지 않았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영화 관련 논란으로 인해 신작으로 기뻐야 할 배우들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균상은 '치악산'으로 첫 스크린 주연작을 맡았고, 그간 스릴러물에서 일가견이 있었던 김예원도 '치악산'으로 영화의 반전을 담당했음에도 간담회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영화 속 신스틸러로 활약한 연제욱과 배그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균상은 "첫 스크린 도전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장르라 도전정신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들 만나고 감독님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이 작품에 대한 흥미와 확신이 많이 생겼다"며 "첫 영화 주연작이라 얼떨떨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총체적인 기분인 거 같다. 기쁘게 잘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김예원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새롭고 흥미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기존 호러 영화와는 여러가지 익스트림 소재가 담겨있고, 현지가 유일하게 치악산이라는 한정적인 공간과 그것이 아닌 공간 사이에 서 있는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까 멤버들 중에 유일하게 알 수 없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벗어날 수도 없고 속할 수도 없는. 경계에 있다는 마음으로, 명확한 느낌보다는 미스터리한 상태와 상황을 계속 인지하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치악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이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치악산' 측은 시사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혹을 걷어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감독은 물론 배우까지 적극적으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앞서 '곡성', '곤지암' 등 실제 지명을 작품에 차용할 때마다 같은 논란이 연달아 이어진 바 있다. 충분히 논란을 의식하고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차선책을 찾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실제 지명을 사용한 것을 넘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비공식 포스터에, 이후 논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듯한 대처가 불씨를 키운 셈이다.

이와 관련 원주시 측의 입장도 강경하다. 원주시 관계자는 "내용이 변경되지 않는 한 제목이 변경된다고 해서 치악산이 받을 이미지 훼손이 가시진 않을거 같다"며 "원주시 측은 예정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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