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원주시 '기습 시위' 속 베일 벗다…감독 "'곤지암'처럼 자리 잡길"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논란의 영화 '치악산'이 원주시의 '개봉 반대' 기습 시위 속 베일을 벗었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선 영화 '치악산'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자 김선웅 감독과 출연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물이다.
특히 이 영화는 "치악산에 도사린 극한의 공포"라며 "국내 명산으로 손꼽히는 치악산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괴담 그 이상의 충격적인 스토리를 다뤘다"라고 내세운 바. 실제 지명을 노골적으로 사용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홍보 마케팅으로 원주시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강원도 원주시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영화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치악산 구룡사 신도연합(대표 문은미) 역시 "원주시와 치악산 국립공원, 구룡사 이미지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치악산' 개봉 중단을 요청한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치악산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토막살인 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원주시와 구룡사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최근 일어나는 강력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관광객과 신도들을 불안에 떨게 할 것이 명명백백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시사회 현장엔 개봉을 반대하는 원주시 측의 긴급 시위까지 벌어졌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김정윤 회장은 "치악산은 국립 공원으로 매년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산이다. 이에 관광, 농업 등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수많은 원주시민의 생계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악산' 제작사는 제목 변경과 개봉 반대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 없는 입장문만 밝혔다. 후속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개봉을 밀어붙이는 '치악산' 측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36만 명의 원주시민을 대표하여 말씀드린다. 오늘(31일) 이후로 모든 영화 일정을 취소하라. 영화 개봉을 중단하라. '치악산' 세 글자를 제목으로 절대 사용하지 말라. 만약 이를 어길 시 어떤 조치도 불사할 것이다. 이행이 안 된다면 오늘은 성명서만 냈지만 다음엔 실제적 행동을 보여드릴 거다"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김선웅 감독은 "'치악산'은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유튜브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괴담 영상을 재구성해서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논란에 대해선 "'치악산'이라는 영화를 처음 만들 때는 이런 구설에 오를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임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단순히 괴담, 허구를 갖고 만든 건데 영화로서 공포 콘텐츠로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를 둘러싼 다른 부분의 갈등은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여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원주시 시민들, 영화가 상생하며 갈 수 있도록 원만한 진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치악산'이 '곤지암'처럼 공포 콘텐츠로 자리 잡아 영화와 원주시가 같이 상생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연 민준 역의 윤균상은 "전혀 예상을 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기사로 접하고 많이 당황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치악산'을 찍은 배우 입장에서 제작사와 원주시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치악산'이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현지 역의 김예원은 "'치악산'은 여느 호러 영화와 달리 익스트림 한 소재가 섞여 있다. 세간에 늘 가져왔던 미스터리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걸 다룬다는 점과 현지 캐릭터로서 반전을 지닌 부분이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기존 영화들과 다르게 다채로운, 풍성한 장르물을 접하실 수 있을 거다. 많은 기대해달라"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기자간담회 후 '치악산'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의 오성일 프로듀서가 마이크를 잡고 해명의 시간을 갖기도. 그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원주시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에 있는데 아직까지 뾰족하게 해결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치악산 관련 대사의 묵음 처리, 삭제는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제목 변경 부분에 대해선 이미 원주시에 공문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보내놨다. 빠른 피드백을 주시면 좋은데 아직까지 답변을 못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악산 괴담을 차용하여 '치악산'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것이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리라 생각 못 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치악산'은 오는 9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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