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은 부풀리기, 또 한명은 뒤집기...감사원 주의 받은 울산 전·현직시장

김경필 기자 2023. 8. 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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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울산시 감사 결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왼쪽부터)

울산광역시 전·현직 시장들이 추진한 사업이 사업성이 부풀려졌거나 부당하게 중단돼 수십억원의 재정 손실을 야기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울산시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송철호 시장 시절 울산시가 추진한 ‘부유식 해상 풍력 종합 지원 콤플렉스 조성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과장됐다. 이 사업은 바다에 부유(浮游)식 해상 풍력 발전 시설을 소규모로 조성하고, 이 시설을 통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기술을 시험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가까운 지상에는 연구센터도 건립된다. 울산시는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었던 2019년, 산업부의 사업 공모에 응해 사업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다. 울산시는 산업부로부터 150억원을 지원받고 시 자체 자금으로 145억원을 조달해 2024년까지 풍력 발전 시설과 연구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울산시는 이 사업을 승인받기 위해 지난해 2월 울산시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설비용량 8㎿(메가와트)짜리 풍력 발전기 1기로 만들어낸 전기를 팔아 매년 12억6000만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험장 사용료 징수 등 다른 수익까지 포함해 매년 18억10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고, 이것으로 연구센터 인건비·운영비 등 16억5300만원을 모두 대고도 돈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울산시가 풍력 발전 시설을 설치하려 한 곳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등이 이미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역이었다. 그런데도 울산시는 해당 장소에 풍력 발전 시설을 설치해도 되는지를 두고 관련 기관들과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발전 시설을 설치한다 해도,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지상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석유공사·동서발전 및 노르웨이 측의 전력망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전력망 이용에 관한 동의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기를 생산해도 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감사원은 이대로 연구센터가 조성되면 매년 11억원 넘는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반면 송철호 전 시장 시절 울산시가 추진한 다른 사업은 타당성이 있었는데 지난해 7월 김두겸 현 시장 취임 이후 부당하게 중단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19년 4월 울산시는 중구의 옛 울산중부소방서 부지에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 193억원 중 135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2019년 진행된 사업 타당성 분석에서는 지식산업센터 건립으로 인한 편익이 277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산업센터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로 인한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2021년 말까지 19억원을 들여 설계를 마쳤다.

그러나 김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울산시는 갑자기 “주민들의 반대가 심각해 사업의 정상 추진이 어렵다”며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울산시가 2019년 7월 주민 설명회와 2021년 1월 간담회를 한 뒤로는 주민들이 공식적으로건 비공식적으로건 반대 의견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

김 시장은 앞서 시장 후보 시절 이 부지에 지식산업센터 대신 ‘K팝 사관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백지화하면서, 이 센터 건립과 통합해 추진되던 청소년문화회관 및 119안전센터 건립까지 중단됐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지식산업센터 설계비 19억원을 포함해 22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소규모 영세 기업에 장기 저가 임대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했던 센터 건립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국고 보조 사업 추진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이 훼손됐다”고 했다.

감사원은 울산시에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에 대해서는 “발전 수익 확보 방안 등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경제적 타당성 등에 대해 투자 심사를 다시 거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재추진하라”고 통보했다. 지식산업센터 건립 백지화에 대해서는 “향후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 정상 추진이 불가능한지 여부를 실제 확인도 하지 않고 사업을 중단해, 예산을 사장(死藏)시키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다만 이로 인해 지식산업센터 건립이 다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본지에 “감사원의 주의 처분과 상관없이 ‘K팝 사관학교’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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