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가계 빚에 50년 주담대 제동...공급난 우려

윤해리 2023. 8. 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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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가계 부채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가계 빚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했는데요.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려고 하자, 상품 판매가 중단되기 전에 대출을 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 경제부 윤해리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판매와 동시에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이점이 있어서 수요가 몰리는 건가요?

[기자]

주택담보대출, 말 그대로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 상품입니다.

기존에는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이 20년이나 30년 정도였다면 최근 이 기간을 50년까지 늘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35살에 돈을 빌리면 앞으로 50년, 85살까지 빚더미에 살아야 하는 셈인데 인기가 많습니다.

그 이유를 따져 보니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서 대출 한도는 올라가고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억 원을 연 5%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만기가 30년이면 매달 갚아야 할 돈은 214만 원 정도 되는데 상환 기간을 50년까지 늘리면 181만 원까지 줄어듭니다.

다만,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내야 할 이자 부담이 전체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감수하고도 돈을 빌리는 입장에선 매달 내야 할 원리금 부담이 줄어서 좋고,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을 더 확보할 수 있어서 상품 출시와 동시에 수요가 몰렸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빚의 주범이라는 말은 사실인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한국은행 총재 발언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우선 가계부채가 지난 두 달 동안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일은 없도록 미시적인 조정을 하고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는 데 대해서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이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대출 한도를 끌어올려 가계 빚을 내는 걸 부추겼다는 겁니다.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은행들은 이미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나이를 제한하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대출이 줄기는커녕, 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2조 원 급등할 정도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자는 심리가 확산한 탓입니다.

[앵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잖아요.

실제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금융 당국은 가계 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50년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유지하되,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DSR을 산정할 때 만기를 40년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이 기간을 35년으로 할지, 30년으로 할지 구체적인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환 만기를 지금보다 줄일 경우 전체 대출 한도는 상당 폭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함께 나이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은행권의 자율에 맡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당국은 관계 부처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대출 한도를 줄이면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느냐는 건데요.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도 많이 떨어졌잖아요.

올해 상반기부터는 정부의 여러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집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집값이 올랐고, 앞으로 더 오를 거란 기대감도 커진 상황에서 대출을 옥죄면 일시적으로 억제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계 부채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집값이 안정되려면 공급이 충분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올해 건설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죠?

[기자]

네, 오늘 국토교통부가 7월 주택 통계를 발표했는데요.

우선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가 20만 7천여 가구로 지난해 대비 30% 감소했습니다.

착공 실적도 10만 2천여 가구로 반 토막이 났고, 분양도 크게 줄었는데요.

올해 전국 공동주택 분양은 7만 9천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44% 감소했습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착공한 물량이 완공되면서 준공은 지난해보다 2% 늘었습니다.

이렇게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좋지 않은 건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악화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좀처럼 사업에 나서지 않는 탓입니다.

윤석열 정부 공약이 임기 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건데요.

연간 54만 가구 안팎을 공급해야 하지만, 현재로썬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위기입니다.

국토부도 현 상황을 초기 비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 현재 금리 상황, 그리고 비용 상승, 분양에서의 수요 위축 이런 것들 때문에 계속 문제가 쌓이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부분이 현재로썬 분명히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앵커]

정부도 공급 부족을 비상으로 인식한다는 건데 올해 상황대로라면 2∼3년 뒤에 공급난이 불가피한 셈인데, 정부 대책은 따로 있나요?

[기자]

우선 정부는 최근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민간에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 공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예측 가능한 공급으로 시장에 집값이 앞으로 더 폭등할 거란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미세 조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 인허가 물량이 대다수 하반기에 몰려 있는 만큼 공공 분양 목표 물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올해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량은 47만 가구입니다.

건설 경기 찬바람에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까지 더해져 목표치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LH가 전관 업체와 용역 계약을 취소하면서 당장 공급이 중단되는 아파트가 3천 가구 정도 됩니다.

공공분양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예정된 물량을 당겨서라도 공급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와 분양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환산하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셋값 연시 6주 연속 동반 상승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 이 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YTN 윤해리 (yunhr09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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