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문진‧KBS 前이사장, ‘해임 정지’ 심문 열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전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각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이 3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앞서 권 전 이사장과 남 전 이사장은 각각 MBC와 KBS 경영에 관한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심리로 열린 권 전 이사장 사건 심문에서 양측은 해임 사유와 절차를 두고 충돌했다. 권 전 이사장 대리인은 “이사장 취임 전에 있었거나 감사원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인정하지 않은 일 등 도저히 해임 사유로 삼을 수 없는 내용을 근거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권 전 이사장 대리인은 “논란 있는 사유로 전임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해임된 결과 방통위는 3인 체제가 됐다”며 “방통위 구성에 다원성‧민주성이 없어 (해임 과정에서) 충분한 심의와 토론이 부족했다”고도 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처분을 집행정지의 근거로 든 셈이다.
방통위 대리인은 “권 전 이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방임하고 위법행위를 저질러 방문진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다”며 “이사장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사유가 발생해 해임 처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임 처분이 정지되면 피신청인(방통위)의 권한이 사실상 형해화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남 전 이사장 사건을 심리한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심문에서도 방통위 의결에 따른 대통령 해임 처분의 절차적 적법성이 문제 됐다. 남 전 이사장 대리인은 “방통위는 해임 관련 안건을 사전에 남 전 이사장에게 제대로 통지‧송달하지 않았다”며 “기피 신청한 김효재 방통위원이 해임 절차에 참석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 관련 기피 신청 표결 결과 ‘1대 1′로 가부 동수가 나왔는데, 이를 임의로 부결시킨 것은 중대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은 해임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위법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은 “방통위는 적법 절차에 따라 회의‧청문을 거쳤고 수차례 결과를 송달했다”며 “오히려 남 전 이사장이 (송달에) 무응답과 수용 거부로 일관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 기피 신청을 가부 동수로 부결한 것에 대해서는 국회 윤리특위 소위에서 3대 3으로 부결된 김남국 의원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가부 동수에 따른 부결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남 전 이사장 대리인은 또 “방통위 해임 사유에 ‘경영진 감독 소홀’이 있는데, KBS 이사회는 심의·의결 기관이지 감독 기관이 아니다”며 “이사회도 함부로 언론을 감독할 수 없는 만큼 해임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대리인은 “이사회는 KBS 운영에 관한 최고기관으로 감독 기능을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방통위‧감사원이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도 방만 경영 등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전 이사장은 9월 10일 이전, 남 전 이사장은 9월 12일 전에 해임 집행정지 사건의 결론을 내려달라고 각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재판부는 준비 서면과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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