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 AI 반도체 중국 이어 중동 수출도 제한했다

손우성 기자 2023. 8.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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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보고서 통해 관련 사실 밝혀
사우디·UAE 수출 제한 대상 포함된 듯
중동 통해 중국에 판매되는 물량 차단 목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판매 제한 조처를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일부 국가에까지 적용한 사실이 3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첨단 반도체가 중동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엔비디아가 지난 28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2024 회계연도 2분기에 중동에 있는 일부 국가를 포함, 특정 고객과 다른 지역에 A100 및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엔비디아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구체적인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사실상 중동 경제를 떠받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도 미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제안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AI와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만 제한 대상으로 명시했는데, 중동 일부 국가도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러한 명령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사우디와 UAE 모두 중국과 AI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고, 엔비디아에 다량의 반도체를 주문했다. 특히 사우디는 엔비디아에 H100 반도체 약 3000개를 주문해 오픈 AI의 GPT-4와 비슷한 생성형 AI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이미 엔비디아 반도체를 활용해 자체 오픈소스 대형 언어 모델인 ‘팔콘’을 만들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반도체 칩이 중동을 거쳐 중국에 판매되는 상황을 통제하고, 중동과 중국 기업이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처”라고 진단했다.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를 회복하는 한편 중국과 원전 건설 사업을 논의 중이고, UAE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에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재개하는 등 두 나라 모두 최근들어 중국과 부쩍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중동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분기에 기록한 매출 135억달러(약 17조9000억원) 대부분을 미국과 중국, 대만에서 올렸다. 나머지 국가에 대한 판매는 전체 매출의 13.9%로 집계됐는데, 중동 매출 비중은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새 허가 규정이 매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수출 통제로 A100과 H100 반도체 중국 판매가 막히자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A800 칩을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해왔다. AMD 또한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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