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는 작가 영혼을 숨김없이 담아내는 오픈북"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8.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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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후원·S2A 주최展 에드가 플랜스
31일 서울 대치동 S2A갤러리에서 만난 스페인 작가 에드가 플랜스가 자신이 나온 매일경제신문을 읽으며 활짝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원색의 망토를 착용한 귀여운 동물 영웅, 모자에 달린 커다란 눈망울. 그러나 작품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전쟁, 불평등, 학대,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을 뾰족하게 비꼬는 메시지. '애니멀 히어로즈(동물 영웅)' 캐릭터로 전 세계 컬렉터들의 집중 관심을 받는 현대미술 작가 에드가 플랜스(46)가 드디어 내한했다. 서울 대치동 글로벌세아그룹의 복합문화공간 S2A에서 31일 만난 에드가 플랜스는 "한국은 저의 작업을 아시아 전역에 알려준 특별한 나라"라며 "키아프·프리즈 기간에 한국 등 아시아 관객과 인사할 아주 좋은 계기"라며 활짝 웃었다.

에드가 플랜스는 낙서와 예술의 경계를 허문 자리에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그 귀여운 화풍 구석구석에 깊은 주제의식을 심는 가장 뜨거운 현대미술 작가다. 작년 상하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대표 캐릭터가 담긴 작품이 약 8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11월 29일까지 'In My Coffee Time'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 5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원근의 시선으로 작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커피는 명상이자 의식(ritual)과도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가로 2.8m짜리 작품 'Making a perfect coffee to create'는 구름에서 우유거품을 추출하고 커피를 만드는 공간의 재미난 모습을 담았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에게 '커피 타임'과 같은 여유와 위로를 선물하고 싶었다."

플랜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애니멀 히어로즈는 길거리의 동물들이다. 강아지, 고양이, 쥐들인 영웅의 외형은 귀엽지만 작품 안에 그려진 오브제나 문구 하나 허투루 작업하지 않았다.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 애니멀 히어로즈를 만나 오염된 지구를 이야기하는 'The Visitors'가 그렇다. 휴대전화 충전기 잔량으로 촬영 중인 듯한 이 그림의 우측 상단엔 '지구 수명이 5%밖에 남지 않았음'을 뜻하는 경고 신호가 나온다. 인류에게 필요한 이 시대의 슈퍼히어로는 초능력과 근육질로 은유되는 초월적 거인이 아니라 보편의 인류가 공감하는 가치 그 자체다.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해주시는데 예술에서의 직관성은 단지 '짧은 작업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작품에 'LIFE'를 써 넣었다면 저 네 글자 알파벳을 새기기까지는 무수한 고민과 철학이 담기기 마련이다. 긴 명상이 작품을 결정한다고 나는 믿는다."

플랜스의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플랜스의 애니멀 히어로즈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로 구체적인 등장인물을 고르고 있고, 각본 작업도 동시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일종의 맛보기로 선보인 'Lil Heroes Universe'에는 캔버스의 정지된 동물 영웅들이 재잘거리며 바삐 움직인다. "예술은 개인적인 영감의 결과물이다. 반면 애니메이션 작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는 작가 개인의 영감뿐만 아니라 회사와 브랜드 등 산업이 따라오게 된다. 더 많은 분들과 내 작품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스트리트 아트와 그라피티 아트를 동경하는 플랜스는 부친에게서 '창조의 자유'를 유산처럼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SF와 판타지 분야 소설 40권을 집필한 후안 호세 플랜스(1943~2014). 아버지가 소설을 타이핑할 무렵, 유년의 플랜스는 그 옆에서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께 배운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타인에 의해 오염되지 않는 창조성을 유지하는 법'일 것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가는 영감과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아버지의 SF소설을 읽으며 저의 상상력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었다."

올해 여섯 살인 딸 올리비아는 '아빠' 플랜스에게 영감을 주는 가장 친밀한 동료다. 그는 매일 작업실에서 새로운 화법을 시도한 날에는 어김없이 이를 사진으로 찍어 귀가 후 딸에게 보여준다. "아이의 상상력이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확신한다.

"어린아이들은 사회의 문제점에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늘 맑은 생각을 갖고 있다. 날고 있는 돼지, 코끼리의 늘어난 코 등 아이의 말을 들으면 상상력에 제한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작 'Making a perfect coffee to create' 상단의 주황색 모자를 쓴 꼬마는 사실 딸 올리비아다(웃음). 제 작품을 이루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처럼 저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플랜스는 자신의 모든 작업이 일종의 '오픈북'이라고 했다. 생각과 생활이 세상을 향해 열리는 창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이든 캔버스에는 '나'가 드러난다. 작가인 저보다 작품이 한국에 더 먼저 도착했으니 너무 기쁜 마음이다. 어린 시절 모두가 느꼈던 자유로움을 제 작품을 통해 경험하시길 바란다."

매일경제신문은 에드가 플랜스 개인전 입장권 1500장을 구독자에게 선물한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 기간에 코엑스 인근에서 세계적 인기 작가를 만날 기회다.

아래 QR코드를 찍으면 매일경제 홈페이지 내 에드가 플랜스 이벤트 배너로 연결된다. 입장권을 수령할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을 9월 5일까지 기입하면 추첨을 통해 9월 6일 티켓이 발송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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