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아세안 경제 협력의 새로운 지평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아세안 10개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 간 회의가 바쁘게 개최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현대차, LG, 롯데 등 인도네시아에 진출 중인 우리 기업 총수들이 자카르타를 방문해 투자 현황을 점검한다고 전해졌고,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정상회의 공식 의전차량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중요성: 성장의 중심'을 테마로 내세웠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화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아세안은 6억6000만명의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2030년 세계 4위 규모의 경제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세안이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서 우리 기업의 주목을 받은 것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아세안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각광받아 왔고, 이미 1만7000개가 넘는 우리 기업이 아세안 전역에 진출해 있다. 아세안 진출이 오래된 일본이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이 고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 대아세안 정책은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아세안 측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우리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최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아세안에서 더 이상 '후발주자(late-comer)'가 아니라 '선도주자(first-mover)'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가 대표적 사례다. 중산층 확대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오토바이 생산이 연간 438만여 대에 이르는 아세안에 전기차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로의 산업 트렌드 변화는 풍부한 니켈 매장량과 시장 잠재력을 가진 아세안이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2023년 인도네시아 최초로 완성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이미 인도네시아를 넘어 다른 아세안 국가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력 양성이나 기술 협력 등의 사회공헌이 아세안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현대차, 베트남의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에서는 LG전자가 전자·전기·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청소년 직업훈련을 시행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CJ, 아시아나항공, 롯데, 한화 등이 여성이나 소수민족,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는 ESG로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아세안에서 새로운 기회임을 주목하고 지난 2년간 아세안 10개국의 ESG 정책 및 사례를 조사해 왔다. 오는 11월 21일에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과 아세안 전문가들과 한·아세안 간 ESG 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ESG라는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가 한·아세안 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지평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김해용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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