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아파트 나홀로 23억에 낙찰이라니…경매 쏟아지자 ‘고가 낙찰’ 주의보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3. 8. 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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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6년11개월만에 가장 많아
홀로 응찰하면서 최저가보다 7억원 높게 입찰하는 경우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요즘 수도권 경매시장은 물건이 넘칩니다. 매매시장이 침체되니 채권자들이 강제로 경매 절차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침체기 일수록 경매시장은 활기를 띠는 씁쓸한 현상이 나타나네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이달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아파트 물건 수는 187채였습니다.(지지옥션) 2016년 9월(189채) 이후 6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라고 하네요.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물건 수는 460채였는데요. 7월(371채) 보다 89채나 늘어난 수치라네요. 이는 지난해 월평균 경기도 아파트 경매 물건 수(207채)의 두 배 이상입니다.

아파트, 주택, 토지, 업무 및 상업시설 등 법원 경매시장에 새로 접수되는 전국 모든 물건 수는 7월말 기준 4만7944건입니다. 지금 추세면 연말까지 10만건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부동산시장 침체기였던 2014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달 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경매법정에 마련된 72석의 좌석이 경매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준태 기자

경매 시장에 물건이 늘면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평소 같으면 경매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서울 강남 등 선호지역의 주택도 자주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물건엔 수십 명의 응찰자가 몰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럴수록 주의해야 합니다. 시장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고가 낙찰’을 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입니다.

이달 1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성동구 성수동 K아파트 85㎡(이하 전용면적) 낙찰 사례인데요. 한차례 유찰된 후 16억24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됐습니다. 낙찰가는 감정가 수준인 23억3900만원까지 높아졌는데요. 확인해 보니 응찰자는 한명 뿐이었습니다. ‘나홀로 입찰’이었던 만큼 입찰 최저가로 응찰해도 낙찰되는 상황이었지만, 7억원 이상 입찰가를 더 써 낙찰 받았습니다. 낙찰자 입장에선 씁쓸할 수밖에 없었을 듯하네요.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20억300만원인 서초구 잠원동 S아파트 76㎡ 낙찰건도 그런데요. 역시 응찰자가 한명 뿐인 나홀로 입찰이었지만 입찰가를 22억760만원에 쓰는 바람에 2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110%까지 높아졌네요.

응찰자가 여럿인 경우도 입찰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사례로 보이는 건이 자주 눈에 띱니다. 2위와 격차가 꽤 많이 나는 경우인데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서초동 S아파트 164㎡ 낙찰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7명이 응찰해 감정가(38억2000만원) 수준인 37억8400만원에 낙찰됐는데요. 35억3400만원에 입찰한 2위와 격차가 2억5000만원이나 났습니다.

이달 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23억1000만원인 성남시 분당구 A아파트 164㎡도 마찬가지입니다. 20억5500만원에 낙찰됐는데, 2위(18억8888만원)와 격차가 1억7000만원 가까이 났습니다.

보통 2위와 많아도 몇천만원 수준의 치열한 경합을 벌여 낙찰되는 게 일반적인데, 시장 상황을 다른 입찰 참가자들 보다 낙관적으로 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나홀로 응찰했는데, 최저가보다 대폭 높은 가격에 입찰하거나, 2위와 격차가 많이 나는 낙찰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매매시장 상황에 대한 경매 참가자들의 혼란을 반영한다고 해석합니다.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반등하는 지역이 늘면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과감하게 높은 가격에 입찰가를 써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알려졌듯 아직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이 완전히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려운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매매시장에서 집값 반등 사례가 늘면서 경매시장 참여자들이 조바심을 내고 무리한 입찰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올 하반기엔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천천히 기다릴 필요도 있어요. 집값이 오를 것이란 낙관론만 듣지 말고,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귀 기울이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입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를 하는 이유는 매매시장보다 싸게 사기 위해서라는 원칙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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