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역사’ 서울백병원···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31일 모든 진료를 종료하고 폐원했다. 입원 환자는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날도 외래 환자의 발길은 이어졌다. 백병원 관계자는 “이미 모든 입원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고, 수련 중이던 전공의 역시 백병원 산하 병원을 비롯해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완료했다”며 “31일 오후 5시부로 모든 환자 진료가 종료되지만 의사 처방이 필요한 서류 외에 의무기록은 발급받을 수 있게 발급센터는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6월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고 지난달 초 폐원 시점을 8월31일로 확정했다.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 등 교직원들은 폐원 결정에 반대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인제대 교수평의회 등 교직원 단체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진료 종료와 폐원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에 규정된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통보해 여전히 폐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제학원이 폐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어긴 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는 한편,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 298여명은 지난 29일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으로 전보 발령이 났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수도권에 있는 상계·일산백병원으로 발령됐지만 150여명은 부산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게 돼 직원들을 ‘갈라치기’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서울백병원 지부가 폐원 반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활동 방향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논의 중”이라며 “조합원들이 여러 병원으로 발령 난 상황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백병원 측은 지난 20년간 누적된 적자액이 1740억원을 넘어 회복이 불가능했기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병상수와 인건비 등을 줄이고 리모델링 등에 매년 30억~50억원을 투자했지만 도심공동화로 인한 환자 수 감소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백병원에선 다른 병원으로 발령나지 않은 일부 직원들이 당분간 마무리 업무를 할 계획이다.
서울백병원에 앞서 2004년 중앙대 필동병원이 문을 닫았고 2008년 이대 동대문병원,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 2021년 제일병원 등이 뒤를 따랐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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