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아프리카의 쿠데타…러시아 국기까지 펄럭인다
지난달 니제르, 30일엔 가봉서 대통령 축출
아프리카 가봉 군부가 55년간 집권한 대통령 일가를 축출하고 대통령 경호실장 출신 브라이스 은에마 장군을 새 지도자로 내세웠다. 아프리카 사헬 지대를 중심으로 한 '쿠데타 벨트'가 점점 확대되는 모양새다.
가봉 군부는 봉고 대통령 일가를 모처에 구금한 뒤 국영매체를 통해 국가기관들을 해산시켰다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봉고 대통령의 3연임을 확정짓는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몇 시간 뒤의 일이었다. 선친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은 2009년 사망 전까지 가봉을 41년 통치했다. 현 대통령은 14년째 통치권을 쥐고 있었다.
봉고 대통령 일가는 원유 등 자원을 사유화해 부를 쌓아올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알리 봉고 대통령은 국민이 극심한 기아와 이슬람 지하드 세력의 공격에 시달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AP통신은 지난해 가봉이 원유 수출로 60억 달러(약 8조원)를 벌어들였다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통계를 인용하면서 소수 고위층이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세계은행 통계에서 2020년 기준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이 40%로 집계될 정도로 일반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2020년부터 기니에서 수단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헬 지역 6개 국가에서 연달아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이 지역은 '쿠데타 벨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달에는 니제르 역사상 최초로 민주절차를 거쳐 당선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됐다. 새 지도자로 부상한 이는 대통령 경호실장이었던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 치아니 장군은 "안보상황과 통치체계가 좋지 않다"며 쿠데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니제르에 미군과 프랑스군이 주둔해있음에도 알카에다, ISIS 관계세력,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분쟁을 일으켜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게다가 이슬람 테러세력 소탕을 목적으로 미군, 프랑스군이 주둔하면서 니제르 군부의 입지가 약화된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난해 프랑스군을 비롯한 서방 군대가 말리에서 철수를 선언하자 바줌 대통령이 나서 이들을 니제르에 주둔시켰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니제르 시민 일부가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 구호와 함께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쿠데타를 환영했다는 점이다. 아얄라는 "러시아나 바그너그룹이 서방 군대보다 낫다는 여론이 있다"고 했다. 올룸바 이제냐 런던 로열핼러웨이 대학 연구원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내전을 일으켜 이권을 취할 목적으로 사헬 지역에서 반프랑스 감정을 조장해왔다.
니제르뿐 아니라 사헬 지역 국가 말리, 부르키나파소도 쿠데타로 친프랑스 성향 지도자가 축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러시아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바그너그룹이 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말리 내 바그너그룹 활동을 감시하겠다며 특별조사단 파견을 결의하려 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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