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분쟁 누가 이길까"…2심서도 보험사 패소

남정현 기자 2023. 8. 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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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 입원치료로 인정 받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백내장실손보험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즉각지급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1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보험사가 지난해부터 백내장 실손보험 지급 기준을 강화하며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가 실손보험 약관에 따라 질병입원의료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가입자는 통상 입원치료에 해당할 경우 한도로 5000만원 등 수천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입원치료로 인정받지 못하면 통원의료비 지급 대상으로 최대 25만원까지만 지급받게 돼 차이가 상당히 크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판사 정성호)은 25일 A보험사가 가입자 B씨에 대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보험사가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약관에서 미리 정한 내용 이상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약관에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입원치료 여부 역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으로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일정시간 입원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B씨의 담당 의사 소견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입원치료라고 인정했다.

2009년 A보험사의 실손보험을 가입한 B씨는 2020년 11월 '기타 노년백내장'으로 양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고 환자부담총액인 899만5450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A보험사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상 수정체의 혼탁이 확인되지 않아 백내장 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B씨가 백내장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 의료비용의 경우 면책 대상이 돼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보험사의 주장에 B씨는 "백내장 질환으로 인해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진행했으며 백내장 수술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안경, 콘택트렌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한 그 면책사유를 보험사가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시, 설명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1심은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은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력 개선의 효과가 있지만 백내장 수술이 단순히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로 보기는 어렵다"며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시력교정의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초부터 백내장 보험금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는데 대법원 판결은 이에 기름을 부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라고 여길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백내장 수술로 입원·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았더라도 무조건 입원 치료로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으로 환자 치료 여건을 감안해 통원·입원 치료 대상인지 개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백내장 수술을 당연하게 입원 치료로 보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확대됐다.

그동안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돼 6시간 미만 관찰 후 당일 귀가하는 경우에도 입원치료에 해당한다고 인정,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받은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백내장으로 인한 실손보험금 누수 문제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백내장 수술을 위한 동네병원(의원)의 비급여 검사비 1회 평균 가격은 26만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검사비인 8만원의 3배를 넘었다. 과잉 진료의 주범으로 알려진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렌즈의 비용은 20만원대에서 많게는 800만원대까지 퍼져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환자 모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꼭 필요해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겐 보험금이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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