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이재명의 `방탄단식`

대표취임 1년 날 전격선언
'무능정권'명분 내세웠지만
결국 사법 리스크 '물타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검찰 소환 조사가 눈 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런 결정이다. 무능·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항쟁'을 내세웠지만 과거 민주화 투쟁 같은 특별한 명분과 계기가 없다. 결국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기 위한 '방탄 단식'(여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 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꿀 것과,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할 것,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개각을 단행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 전반의 기조 변화를 위한 단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 선언 시점이나 배경에서 정치적 의도가 묻어난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당내 비명계의 사퇴 압박을 받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체포 동의안을 놓고 당내 찬반이 팽팽하다. 단식은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가 다른 조건을 달아 거부한 상태다. 사실상 수사가 초읽이 들어간 시점에서 단식카드를 불쑥 던진 것이다. 단식이 길어지면 검찰 수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9월 정기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게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단식을 통해 당내 사퇴여론과 동의안 찬성 분위기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단식 종료 조건도 명확치 않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들이 겪고 있는 절망감이나 현실적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여러 정치상황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표 단식이 국면 전환용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이 대표가 자신을 희생해서 대여투쟁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 안의 친명·비명 갈등을 일거에 잠재우는 측면이 있다"면서 "검찰의 9월 구속영장청구설이 현실화된다면 체포동의안을 표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식하는 사람에게 체포동의안 찬성을 요구하기 머쓱한 상황이 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 교수는 "검찰이 만일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는 경우에도 민주당 내 동정론이 일기 쉬운 구조가 된다"면서 "가결해도 부결 해도 딜레마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