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긴장 키우는 남북 지도자들 호전성

박광연 기자 2023. 8. 3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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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
전시 남한 “초강도 타격” 대상들 거론
전날 밤엔 대남 전술핵 타격훈련 실시
통일부 “노골적인 군사공격 의도 규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응한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반부 전 영토 점령”을 목표로 북한군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했다.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대응해 남한군 지휘부, 군항, 비행장 등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 대상을 거론하며 전쟁 준비 계획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남북 지도자들이 호전적 태도를 보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북한군 총참모부(남한의 합동참모본부격)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총참모장으로부터 전쟁 발생시 시간별, 단계별 정황에 따르는 적군과 아군의 예상 행동 기도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전군지휘훈련 조직 정형과 진행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진행 중인 한·미 UFS에 대응해 지난 29일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의 분주한 군사적 움직임과 빈번히 행해지는 확대된 각이한 군사연습들은 놈들의 반공화국 침략 기도의 여지 없는 폭로로 된다”며 철저한 대응을 강조했다. 통신은 “철저한 전쟁 준비태세와 군사적 대응 능력을 빈틈없이 갖추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훈련 취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쟁 발생시 남한 영토를 점령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 방안들을 점검했다. 김 위원장이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총적 목표를 둔” 각급 연합부대들의 작전계획 문건과 “유사시 해외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총참모부의 작전계획 문건을 검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시 미군과 유엔사 회원국 등의 참전에 대응하는 방침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남한 내 주요 공격대상을 일일이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의 중추적인 군사 지휘 거점들과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 중요 군사대상물들, 사회정치, 경제적 혼란 사태를 연발시킬 수 있는 핵심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초강도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쟁 준비”를 외치는 김 위원장이 남한 점령 목표를 명시하며 종합적인 전쟁 계획을 점검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UFS 진행 기간 해군 동해함대 방문 사실을 공개하고 해군사령부 작전지휘소를 방문한 연장선상에서 대미·대남 군사적 위협을 끌어올리는 의도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초조함을 나타낸다는 평가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전군지휘훈련 실시와 김 위원장의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이 북한 공식매체에 보도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전군지휘훈련의 일환으로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군대의 작전지휘 훈련과 실동 실전 훈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중요 지시”를 내렸다.

북한이 전날 심야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도 전군지휘훈련의 일부였을 수 있다. 총참모부는 전날 미군 전략폭격기 B-1B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해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해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 타격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고 이날 통신에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해군사령부 방문 당시와 같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했다.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로 취급하며 남한에 적대감을 키우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날 “김 위원장이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연습을 구실로 우리에 대한 군사 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은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집착하면 할수록 공고한 한·미·일의 압도적 대응 역량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소를 방문해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상황을 점검하며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작전 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맞물려 조성된 한반도 긴장 국면은 최근 남북 지도자들의 호전적 발언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들”로 막말하며 전쟁 준비에 여념 없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공산전체주의”로 비난하며 평화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흡수통일론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의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소 방문을 연상케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서로에 대한 남북의 압도적인 억제력 강화가 오히려 역대급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며 “극도의 불신이 형성된 상황에서 사소한 자극과 오판에 의한 재앙적 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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