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휘청' 새마을금고…관리 고삐 조인다

이경남 2023. 8. 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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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상반기 1236억 순손실…부동산 대출 '휘청'
위기설 연이어 발생한 새마을금고…관리·감독 촘촘히
행안부,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비판여론 의식한듯

정부가 위기설이 심화하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재무상태를 가감없이 공개했다. 새마을금고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도 새마을금고가 건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방안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에 제대로 데인 새마을금고

행정안전부는 31일 올해 상반기 전국 1293개의 새마을금고가 123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이들 새마을금고가 6783억원의 순익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마을금고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이 증명된 셈이다. 

새마을금고가 쉽지 않은 상반기를 보낸 것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취급했던 부동산 담보대출, 관리형토지신탁 대출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이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행안부는 "올해 상반기 새마을금고가 적자를 본 데에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비용이 증가한 데다가 취급했던 대출에서 연이어 연체가 발생하면서 대손충당급 적립 규모 등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설명대로 올해 상반기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 기간 새마을금고 전체 연체율은 5.4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82%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8.34%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2.73%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8%수준은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치솟은 것은 적극적으로 취급했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연이어 부실화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몇달 전 '뱅크런'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금고의 예치된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안전하다' 메시지에도 불안한 고객들

올해 상반기 새마을금고의 수신은 25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8조원 증가했다. 새마을금고 수신 상품의 '고금리' 혜택이 금융소비자로부터 여전히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새마을금고 더 촘촘하게 관리

이날 정부는 앞으로 새마을금고가 부실화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게 더욱 촘촘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을 전체적으로 재조정한다. 하반기중 최대 3조원 규모의 연체채권 매각·상각 유도를 시작으로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채권자에게는 한시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런 절차가 진행되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취급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규제와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각 새마을금고 법인은 거액의 기업대출을 취급할 때 중앙회와 연계한 경우에만 취급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조직개편과 전문인력 확충 등을 통해 여신심사 및 감독기능을 강화한다.

최근 부실 우려가 발생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취급 과정에서 여신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동산 혹은 건설업 기업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130%로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 혹은 건설업 기업대출을 취급하면 더 많은 충당금을 쌓게 해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이외에도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각 금고가 준수해야 하는 혁신방안을 조만간 마련해 최근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행안부가 직접 설명한 이유

이날 정부는 이례적으로 새마을금고의 상반기 현황에 대해 직접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도 동석해 사실상 관련 부처가 모두 함께 나섰다.

이는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우려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기소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관련기사 : 바람 잘 날 없는 새마을금고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범정부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금고가 외형 위주 성장전략에 벗어나 건전하고 내실있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안심하고 새마을금고를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마을금고의 상황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직접 나서 설명하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첩시켜야 한다는 의견의 당위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행안부가 가장 곤욕이었던 점은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가 금융당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졌다는 비판 여론이었다"라며 "행안부가 주무부처로 있으면서도 관리·감독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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