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여성·최장수' 나토 대변인 "韓과 유대 훨씬 더 깊어져"
"평화·안보 임무에 남녀 구분 있을 수 없어"…사무총장, '근무공로훈장' 수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정상회의 당시 2천명가량의 언론인 중 거의 절반은 (회원국이 아닌)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에서 온 취재진이었던 것 같아요."
오아나 룬제스쿠(65)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한국 등 인태 국가와 나토 간 달라진 관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취임한 룬제스쿠 대변인은 나토 74년 역사상 첫 여성 대변인이자, 13년간 전·현직 사무총장을 연달아 보좌하며 '나토의 입' 역할을 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공산주의 시절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20여년 간 BBC에서 기자 생활을 한 최초의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31일부로 공식 사임하기 하루 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지난 10여년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고 동일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한국 등 인태 국가와 맺은 유대와 파트너십이 훨씬 더 깊어진 중요한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몇 년 전 전임 사무총장 방한을 수행했을 때는 물론이고, 스페인 마드리드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인태 국가 정상들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것은 이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나토 31개국 회원국을 대표하는 대외 메시지 조율 업무를 총괄한 룬제스쿠 대변인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 중 하나로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전'을 꼽았다.
쏟아지는 침공 계획 관련 첩보를 선별해 대중에게 공개하고, 러시아에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하는 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민감한 기밀 정보를 어느 선까지 공개해야 할지도 고민거리였다.
그는 "(나토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러시아가 침공 계획을 멈춰서 외교적 길로 향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밀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나토로선 전례 없는 일이었다"며 "그것이 나토 동맹 간 단결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군사안보 동맹체인 나토에서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여성으로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모두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상을 군대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지 더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남성 전우'들과 여러 방면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그의 이름은 유럽의 양대 핵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나토,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명단에 언제나 빠짐없이 등장할 수 있었다.
룬제스쿠 대변인은 "평화와 안보는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므로 남녀 구분이란 있을 수 없고, 테러, 위기관리 등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므로 남녀 모두가 업무에 관여돼야 한다"면서 나토 정책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양성평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한 때 '남성 일색'이던 나토 전체 회원국 병력의 여성 비율은 약 10년 전의 두 배 수준인 12%로 확대됐고, 나토 본부에서 근무하는 고위급 당국자의 30%가 여성이다.
"루마니아가 공산권인 시절 태어난 여자인 제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토의 대변인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특정 분야나 직업에 남녀 구분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스스로를 '억지'(deter)마세요. 물론, 그러면서도 도전하려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죠."
룬제스쿠 대변인의 사임으로 내달부터는 딜런 화이트 현 부대변인이 대변인 직무대행을 맡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룬제스쿠 대변인의 공로를 인정해 '나토 근무공로훈장'을 공식 수여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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