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남영진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우려돼, 해임 집행정지 해달라”

김혜리 기자 2023. 8. 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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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 출석을 앞두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측이 31일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이 우려된다며 자신들에 대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

권 전 이사장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심리로 열린 해임 집행정지 심문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방통위는 열흘 전 터무니없는 사유로 저를 해임했다”면서 “저에 대한 해임이 정권에 의한 MBC 장악과 공영방송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은 누구나 짐작하는 일”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1일 권 전 이사장이 MBC의 경영 성과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하고 신임 사장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며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권 전 이사장은 곧바로 행정법원에 해임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이날 심문에서 “이번 해임처분의 목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견제와 균형 파괴”라고 했다. 대통령과 방문진, 방통위 임원 임기는 규정상 각기 다른 시점에 끝나도록 돼 있어 방송사 지배구조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데 방통위가 이러한 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권 전 이사장의 대리인은 “도저히 해임사유로 삼을 수 없는 사유를 들면서 무리하게 해임을 강행한 목적은 하나”라며 “방통위가 언론 견제를 받기 싫으니 언론이 숨쉴 공간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또 본안소송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며 재판부에 빠른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법원은 방송법의 독립성 조항을 근거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의 해임을 대부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당사자들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시춘 EBS 이사장, 권태선 전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3사 전·현직 이사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에 방통위 측은 “방문진법에 따르면 이사장이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면 해임 처분할 수 있다”고만 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해임절차의 위법성이나 해임 사유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한 데 반해 방통위 측은 “권 전 이사장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유가 발생했다”는 원론적인 방어에 그친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도 잇달아 열렸다. 남 전 이사장 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심리로 열린 심문에서 방통위가 해임 관련 안건을 남 전 이사장에게 통지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회는 심의·의결 기관이지 감독기관은 아니라 ‘경영진 감독 소홀’이란 해임사유가 부당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방송법 입법목적을 보면 KBS는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집행기관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남 전 이사장 측 주장은 권 전 이사장 측과 대동소이했다. 방송장악을 위해 적절한 해임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남 전 이사장 해임처분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남 전 이사장의 대리인은 “남 전 이사장이 해임된 이후 (방통위는) 보궐이사를 서둘러 임명했고, KBS 이사회는 여야 6대5로 재편됐다”며 “어제자로 현 KBS 사장 해임안이 상정됐는데, 다음달 12일엔 해임을 제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대리인이 “이의 있다. 신청인 측이 신청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며 말을 끊어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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