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표류 '청라시티타워'… LH, 사업자와 공사비 분쟁 끝에 피소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하는 국내 최고층 448m 복합관광시설 '청라시티타워'의 특수목적법인(이하 'SPC')이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사비 분쟁을 벌이다가 사업협약을 해지당해 결국 계약자 지위 확인 소송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SPC에 따르면 LH는 설계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가의 책임을 회피해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SPC는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가의 원인이 LH의 설계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LH는 사업자 측에 시공계약 체결과 초과 사업비 분담 협의를 요청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협약을 해지했다는 입장이다.

청라시티타워 사업은 청라중앙호수공원 3만3057㎡ 부지에 지하 2층~지상 30층 국내 최고층의 전망 타워와 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청라시티타워가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쿄 스카이 트리(634m)에 이어 6번째 높은 타워가 된다.

2007년부터 추진된 청라시티타워는 사업비 문제 등으로 사업자 선정이 4차례 무산됐다. 2016년 사업자 선정이 완료됐지만 시공사 선정 지연 등으로 사업비는 당초 2578억원에서 5682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9년 터파기 공사를 벌였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멈춰 있다.

해당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하고 LH가 사업 위탁을 받아 SPC와 기반시설 건설비를 부담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SPC는 복합시설 건설비를 부담해 사용승인 후 이를 발주청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발주청은 SPC에 타워와 용지를 유상으로, 시설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SPC가 운영 수익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최장 50년 시설물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LH가 제공한 기본설계에서 비롯됐다. SPC는 실시설계를 진행하면서 구조안정성 검토를 위해 글로벌 기업 'RWDI'(Rowan Williams Davies & Irwin Inc)에 공탄성(공기 영향으로 수축·팽창 등 변형되는 성질) 실험을 의뢰한 결과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LH는 타워에 대형 풍도(건조물의 철판제나 콘크리트 관로) 3개를 설치하는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SPC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발주청이 중재해 외부 형상 변경을 위한 재설계를 진행했고 완료시 공사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이앤씨가 적정 공사비로 4500억원을 제시했으나, LH는 시공사 재공모와 공사비 재산정을 요청했고 끝내 공사 도급계약이 해제됐다.

컨소시엄 참여사인 한양은 당초 시공권을 목적으로 사업에 출자했으나, 사업협약의 시공권 인정에도 특혜 시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시공계약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LH가 주도한 재공모에서 제안 공사비가 5682억원까지 올랐고 LH는 공사비 상한을 정하는 계약 체결 후 착공할 것을 요청했다.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시 리스크를 우려한 SPC 측이 착공을 거부해 결국 LH는 지난 5월 사업권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SPC 관계자는 "LH의 설계 오류에서 비롯된 재설계와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 사업이 지연돼 공사비가 급증했다"며 "사업협약에 따르면 타워부 공사비는 LH가 부담해야 함에도 SPC에 책임을 전가하는 계약 해지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LH는 기본설계의 오류로 인해 사업이 지연됐다는 주장에 대해 기본설계 변경과 실시설계를 추진한 주체는 사업자(SPC)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양의 시공 참여를 배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사업 지연의 귀책은 SPC에 있고 시공사 선정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면서 "사업비 분담과 관한 합의는 2021년 11월에 이뤄져 초과 사업비 분담 비율을 정했고 SPC는 즉시 주관 시공사 선정과 착공을 추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LH는 올 연말쯤 시공사 재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