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치악산', 감독 "우리는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거리두기' [종합]
'치악산'이 실제 지명 사용으로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허구성'을 강조했다.
김선웅 감독은 31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치악산'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우리 영화는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며 "SNS, 유튜브에서 있었던 괴담에서 시작됐다. 그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공포콘텐츠로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다"며 정체성을 소개했다.
'치악산'은 온라인상에 '치악산 18토막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괴담은 치악산에서 18 토막 난 변사체가 발견되었으나, 범죄의 양상이 다소 잔혹하여 언론에 공개되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화에서는 산악바이크 동아리 부원들이 라이딩 훈련을 위해 치악산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기이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 감독은 "저는 '라이브TV'라는 공포 영화로 데뷔했을 만큼 도시 괴담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치악산 괴담도 알게 됐다"며 "절단면이 깔끔하게 잘렸다는 면이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또한 공포와 자전거가 접목된 이유에 대해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한창 자전거에 입문할 때였다"고 설명하면서 "공포는 체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체험형 공포를 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치악산'은 괴담을 모티브로 했지만, 실제 지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원주시와 시민단체들은 "치악산은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산이며, 3만여 원주 농업인들의 생계가 달린 복숭아·배·사과·고구마·옥수수 등의 농특산물 브랜드"라며 "있지도 않은 괴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해 포털사이트에서 '치악'만 검색해도 '토막살인', '괴담' 등의 연관 검색어가 나열된다. 시와의 협의도 무시한 채 시사회와 개봉을 밀어붙이며 36만여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화 제목에서 '치악산'이라는 세 글자를 사용하지 말고, 영화 안에서도 이를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치악산' 측은 현재 주연 배우 중 1명이 이미 입대한 상황이라 재촬영도 힘들뿐더러, 제목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주시와 합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밝혔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부터 논란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에 대해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처음 만들 때, 이런 구설에 오를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이 영화는 단순히 괴담, 허구의 이야기로 만든 건데, 공포 콘텐츠로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만든 사람의 노고와 이런 걸 생각한다면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원만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주시 시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치악산을 찾는 산악자전거 동아리 '산가자'의 리더 민준 역의 주연 배우 윤균상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처음에 (논란을) 기사로 접하고 당황한 부분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찍은 입장에서 원만하게 합의해서 모두가 즐겁게 즐기는 영화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동아리 회원 수아 역의 배그린도 "우리 영화가 누구에게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남겨지길 바라본다"고 바람을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대에 오른 '치악산' 프로듀서는 "원주시와 협의하기 위해 제목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원주시 측이 요청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치악산'이라는 대사를 빼거나 무음 처리에 대해서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수용이 힘들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치악산'이라는 제목을 쓰는 것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는 자막 고지를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했었다"며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불거질 건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치악산'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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