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명동' 싼리툰 30% 공실···톈안먼 주변 스벅도 '폐점'
수도 중심지마저 경기불황 직격탄
임대료 20% 빠졌지만 임차인 없어
손님몰리던 맛집도 대기없이 입장
'중국판 하이마트' 궈메이 양판점
폐점 속출에 점포 90% 줄이기로
8월 30일 베이징 중심의 톈안먼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안제(長安街) 부근에 위치한 신주빌딩. 이 건물은 톈안먼에서 채 4㎞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1층에 위치한 식당과 카페 5곳은 모두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베이징카오야를 파는 식당부터 국숫집·스타벅스·써브웨이 등은 임대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만 붙은 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중국에서 해마다 수백 개씩 매장을 늘리고 있는 스타벅스지만 떨어진 간판 흔적만이 보일 뿐이었다. 철거 매장을 보니 ‘커피제국’도 중국의 불경기를 버티기 힘들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수도 베이징의 가장 중심지로 주변에 각국 대사관과 오피스빌딩이 몰린 곳이지만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의 실물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건너편 베이징국제클럽의 바비큐 식당도 폐업 상태다. 인근 신축 건물 공사장의 보안요원은 “베이징국제클럽과 호텔(5성급 세인트레지스호텔)을 찾는 손님이 여기 식당과 커피숍을 많이 방문했는데 몇 달 전부터 손님이 줄더니 모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31일 찾은 ‘베이징의 명동’ 싼리툰에서도 중국의 불경기 상황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명품 매장과 맛집 등이 즐비해 코로나19 시기에도 젊은이와 외국인들로 북적대던 이곳은 전과 달리 유동 인구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베이징의 첫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고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밤낮없이 젊은이가 몰리던 이곳에도 공실이 넘쳐났다.
싼리툰을 대표하는 쇼핑몰 타이구리 맞은편의 싼리툰 소호에는 대로변 1층 점포 4곳이 연이어 문을 닫고 매물로 나온 상태다. 바로 옆 삼성 체험 매장도 최근 신제품이 출시됐지만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을 둘러보던 기자를 임차인으로 착각한 부동산 중개인이 다가와 “110㎡ 면적인데 월 임대료가 13만 5000위안에서 13만 위안으로 떨어졌다”며 말을 건넸다. 임대료는 얼마든 협상 가능하다며 점포 문을 열어주자 상점 안은 온통 임대라고 적힌 종이와 언제부터 쌓였는지 모를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상점가 안쪽을 둘러보니 점포 서너 개 건너 하나가 공실일 정도였다. 현재 영업 중인 곳도 있지만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해 마지못해 문을 열어둔 곳도 많았다. 최근 폐점한 것처럼 보이는 10㎡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 밀크티 매장에는 그대로 두고 간 집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주점으로 1·2층을 사용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어 있다는 160㎡의 점포는 최근에 2층만 겨우 세입자를 찾은 상태다. 1층은 임대료가 6만 위안까지 떨어졌지만 계약자가 없어 자물쇠가 굳게 채워진 모습이다. 건너편의 중국 대표 여행 플랫폼 시에청 대리점의 경우 월 임대료 5만 위안마저 줄이기 위해 조만간 임대 만기가 되면 연장 계약을 하지 않기로 정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싼리툰 소호의 사무실과 주거 시설 공실률은 15%가 안 되지만 상점가는 2배가량인 30%에 육박할 정도다. 중개업자 리모 씨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빈 점포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임대료가 20% 정도 빠졌지만 세입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버티던 상인들은 올해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살아나는가 싶던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가게를 접는 상황이다. 중개업자의 기대와 달리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든 싼리툰은 예전과 같은 활기가 없어 경기가 살아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팝업스토어가 자리하던 애플스토어 앞 광장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휑할 정도였다. 줄을 서서 입장했던 주요 식당과 명품 숍은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손님이 줄어든 틈을 타 다수 매장은 내부 수리, 인테리어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맛집과 트렌디한 편집 숍이 많은 나리화위엔 앞에서 만난 왕이칭 씨는 “친구와 피자를 먹으러 왔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차오양구 중심지의 대형 쇼핑몰인 팡차오디에도 빈 점포는 수두룩했다. 지하 1·2층만 해도 얼추 스무 개 가까운 점포의 문이 닫혀 있었다. 빈 점포인 것처럼 보이지 않게 장식과 벽화로 점포 외부를 꾸며놓을 정도로 쇼핑몰 관리에 고충이 전해졌다.
중국의 ‘하이마트’로 불린 대표적 가전 양판점 궈메이는 최근 점포 9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 증가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2019년 대비 지난해 20~40% 매장이 줄어든 궈메이는 최근 경기 둔화 여파까지 더해져 폐점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상하이에서만도 다수의 궈메이 점포가 문을 닫았고 장쑤성 난징시, 산시성 시안시 등에서도 대거 폐점했다. 지난해 6월 말 3825개였던 점포가 12월 말 2843개로 급감한 궈메이는 앞으로 주력 직영점 300여 곳만 남길 예정이다. 또 다른 가전 전문 매장 쑤닝 역시 2019년 말 대비 2022년 말 점포 수가 38%나 줄었다. 대형마트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대표 슈퍼마켓 체인점 융후이마트는 지난해 말 점포 수가 2019년 말 대비 27% 줄었고 미국 월마트 매장은 17% 감소했다. 프랑스가 손을 떼고 쑤닝이 인수한 까르푸는 폐점이 속출하며 명맥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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