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괴담"..원주시 분노케한 윤균상 '치악산', 무사히 개봉할까? [종합]
[OSEN=하수정 기자] '치악산'이 원주시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순조롭게 개봉할 수 있을까?
3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치악산'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선웅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등이 참석했다.
'치악산'은 강원 원주의 '치악산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다.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작품.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김선웅 감독은 "치악산 괴담은 허구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수백만 건 조회수에서 시작된 괴담"이라며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공포 콘텐츠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다"며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 단편을 했을 때도 공포영화로 데뷔했고 괴담이라든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도시괴담에 관심이 많았다"며 "치악산 괴담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이걸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막 시체의) 절단면이 깔끔하게 잘렸다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또한 김선웅 감독은 "저희 영화를 보셨다면 알겠지만 자전거가 나온다. 저 영화를 만들때 내가 자전거에 막 입문할 때였다"며 "입문할 때도 자전거에 해박한 지식을 알게 됐다. 괴담에 자전거까지 더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체험형 공포와 익스트림을 섞어서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치악산'은 개봉을 앞두고 116개국에 선판매 됐는데, 윤균상은 "작품에 대한 것도 있을 거고 요즘 K문화 K음악 등이 관심이 높다. 치악산이란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한 'K호러는 어떨까?'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김예원은 "아무래도 저희 영화가 다양한 소재가 잘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르물인데도 불구하고 풍성한 느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아마 나라를 불문하고 취향 저격이 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제욱은 "한국형 괴담 미스터리 소재가 다른 나라에선 과연 어떨까 궁금증이 있어서 선판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해당 지역 경찰서에 "18토막 연쇄살인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냐?"고 묻는 확인 전화가 쏟아지는 등 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걱정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 때문에 국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관광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질까 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 측이 영화사에 요구한 사항들은 모두 4가지다. 1) 실제 지명인 '치악산'이 그대로 사용된 제목 변경, 2)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 또는 묵음처리, 3)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 4) 온라인 상에 확산된 감독 개인 용도의 비공식 포스터 삭제 등이다. 하지만 2번의 요구가 거절되자, 원주시는 '치악산'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이고 영화 상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구룡사 신도회도 개봉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앞서 이날 언론시사회 직전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이하 사단회) 측은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원주시 사단회 측은 "원주 시민을 무시하고 영화 개봉을 강행하고 있는 영화 제작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치악산' 제작사는 원주시와 2차 협의도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영화 시사회와 개봉을 밀어붙여서 36만 원주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있지도 않은 치악산 토막살인 괴담을 영화 홍보에 이용해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치악'만 검색해도 '치악산 괴담'과 '치악산 토막살인'이 나오고, 원주 시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영화 개봉 반대 성명서 발표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홍보와 돈벌이 수단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치악산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산이다. 원주 시민들의 생계가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목 변경과 같은 원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없는 입장문만 내놓고 있다"며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영화 개봉일정을 밀어붙이는 영화 제작사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주시 사단회 측은 "모든 영화 시사회 일정을 취소할 것, 영화 개봉을 당장 중단할 것, 영화 제목에서 치악산 세 글자를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이라며 "이 상황이 지켜지지 않을시 어떤 조치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구설에 오를거라는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괴담 허구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고 공포 콘텐츠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부분의 이런 갈등 관계는 어쨌든 만든 사람들의 노고와 이런 걸 생각한다면 원만하게 해결되면 좋겠다.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 원주시의 시민들에게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상생하면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만한 진행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주연 윤균상 역시 "전혀 예상한 상황이 아니라서 처음에 기사로 접하고, 제작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서로 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찍은 배우 입장에서 제작사와 원주시의 원만한 합의가 있어서 이 영화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윤균상은 "우리 영화는 저예산으로 시작해서 저희들이 똘똘 뭉쳐 시작했다. 무서운 내용도 있지만 막바지 여름을 조금이나마 더위를 잊으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다.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감독은 "치악산은 대한민국 명산이다. 등산객이 80만명이고 둘레길에는 120만명이 관광하는 대한민국 명소다. 치악산의 복숭아 사과라든지 브랜드들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저희 치악산 영화는 치악산 괴담을 통한 허구로 시작된 영화다. 어떻게 보면 '곤지암'이 '곡성' 같은 사례같이, 원주시 치악산과 상생하면서 원주시의 공포 콘텐츠로 자리 잡아서 같이 영화 치악산, 명산 치악산이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치악산'은 오는 9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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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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