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가득’ 대한테니스협회의 운명은

이정호 기자 2023. 8. 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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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장. 협회 제공



전에 없던 인기를 누리는 한국 테니스가 큰 위기에 놓였다. 수년째 해결하지 못한 채무에 대한테니스협회 행정이 마비됐고, 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장의 배임 의혹에 계약시 위법한 절차가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며 혼란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사의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협회 채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또는 파산 선언 등을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제안했다. 법적, 절차적인 이유로 이날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두 과정 모두 사실상 현 집행부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협회가 파산하면 기존 집행부는 해산되고, 대한체육회 관리 단체로 지정돼 관리를 받게 된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협회 빚을 해소하는 것을 첫 과제로 꼽아왔다. 협회는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주원홍 전 회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미디어윌에 진 30억원의 빚을 갚지 못하면서 모든 통장이 압류된 상태다. 오랜 법정 다툼으로 원금 30억원에 대한 이자만 매달 수천만원씩 붙어 빚은 60억원이 훌쩍 넘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미디어윌 측과 기존 계약대로 육사코트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 원금 반환을 유예하는 한편 이자를 분할해 갚기로 합의하며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육사 테니스장 운영권 관련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합의가 파기됐고, 다시 협회 재산이 압류되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했다. 현재로서는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또 정 회장이 만든 한국주니어테니스육성후원회를 통해 테니스협회 이름으로 맺은 여러 계약의 후원금과 국제대회의 광고 수익이 유용됐다는 의혹 등 정 회장의 비상식적인 협회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리더십까지 치명타를 입었다.

정 회장은 이사회 직후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내가 회장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며 “당장이라도 회장직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주원홍 전 협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협회와 미디어윌 등이 얽힌 육사 코트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미다.

정 회장과 협회는 최근 불거진 의혹 등으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를 받는다. 정 회장은 “그만 두더라도 예정된 감사(스포츠윤리센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의 거취는 다음주(9월6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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