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프랑스판 IRA'…韓 전기차, 유럽서 설 땅 잃나
한국 등 원거리 수출국에 현격히 불리한 조항
정부 佛에 의견서 제출, 무협 "유럽산과 차별하나"
명분은 '탄소 감소'지만 중국 전기차 견제가 목적
유럽 확산 우려에… 독일 문턱 높일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미국에 이어 프랑스가 전기차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예고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초안대로 시행될 경우 프랑스로 수출하는 한국 전기차는 보조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개편안에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기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말 전기차 보조급 지급 조건에 관한 시행령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의 핵심은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탄소 발자국)을 반영한 환경 점수를 매겨 60점에 미달하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 초안은 주변국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현대차그룹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보조금을 받는데 불리하다. 유럽에서 거리가 멀고 운송비가 많이 들수록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멀어지는 만큼 9000㎞ 이상 떨어진 프랑스까지 배로 옮겨지는 한국 전기차들은 탄소배출량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석한다. 프랑스 정부가 국가별로 산정한 탄소배출 계수를 보면 철강의 경우 유럽연합(EU) 국가는 1㎏당 1.4㎏으로 정해진 반면 한국은 1.7㎏, 일본 1.9㎏, 중국은 2.0㎏다. 알루미늄은 이보다 격차가 훨씬 커 EU 국가들은 8.6㎏에 불과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각각 18.5㎏, 20.0㎏으로 산정됐다.
프랑스 시장을 점렴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항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앞세워 보조금 장벽을 높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전기차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가 애꿎은 한국 기업까지 확산되면서 니로, 쏘울 등 국내 전기차까지 보조금 탈락 위기에 놓이게 됐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같은 프랑스판 IRA 예고에 한국 완성차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IRA로 유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면담을 통해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전기차 1만6570대를 판매하면서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이중 1만48대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으로 68.4%가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니로 EV와 쏘울은 상한가인 4만7000유로를 넘지 않아 지금까지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지만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럽이 현대차그룹에게 3번째로 큰 시장인 만큼 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할 경우 점유율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번 개편안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및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통상 규범과 합치하는지 검토해 지난 25일 프랑스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유럽한국기업연합회도 "한국산 전기차를 유럽산과 차별해 협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 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문제는 이번 개편안과 같은 기조의 조치들이 유럽의 다른 국가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큰 시장으로 통하는 프랑스가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서며 다른 국가들도 덩달아 보조금 문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볼보와 폴스타를 보유한 중국 지리그룹은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전년 대비 122%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최근 유럽 시장에 진출한 비야디(BYD)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으로 수출 활로를 넓히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독일 정부가 프랑스와 비슷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IRA와 같은 자동차 산업 보호정책을 EU 집행부가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독일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과거부터 유럽은 자동차 산업 정책이 자국 중심으로 진행돼 앞으로 미국 IRA와 비슷한 보조금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EU 집행부 검토에 다소 시간이 걸릴 뿐 유럽판 IRA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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